임상실패, 분식회계 등 각종 악재 딛고 코로나19로 분위기 반전
진단키트·치료제·백신 등 각종 테마 형성···기대감에 연일 주가 급등
“실적 관련성 크지 않아도 급등···과열 양상 우려” 목소리도
지난해 연이은 임상 실패로 냉기가 돌았던 제약 및 바이오 관련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진단키트 종목에서부터 각종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부 종목들의 경우 실적과는 관계없이 테마로만 주가가 움직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일부 제약·바이오주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수혜를 받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우선 진단키트 종목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에 다시금 주목받는 모습이다.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씨젠은 이날 장중 전날 대비 8.7% 오른 14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씨젠은 올해 2월만 하더라도 3만원대에 거래됐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수혜주로 떠올랐고 3월 27일에는 장중 14만140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주가도 소강 상태를 보였지만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 움직임과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보이면서 다시금 주가가 움직인 것이다.
수젠텍과 EDGC 등 다른 진단업체들도 큰 폭의 주가 상승을 이뤘다. 특히 수젠텍은 지난해 5월 상장 당시만 하더라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0.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미달이 발생했던 종목이었다. 상장 이후 주가 역시 부진했는데 올해 1월 초 공모가 1만2000원을 크게 밑도는 5000원대에 거래됐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이달 14일 기준 3만1300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도 제약·바이오주들을 들뜨게 했다. 그 중에서도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신약인 ‘렘데시비르’ 관련 테마가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일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렘데시비르 주원료인 ‘뉴클레오시드’를 생산하는 파미셀은 지난 2월 이후 이달 4일까지 194% 넘게 급등했다.
렘데시비르에 이어 ‘나파모스타트’ 테마도 형성됐다. 혈액 응고를 막아주고 급성 췌장염 치료에 쓰이는 치료제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매우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가졌다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지난 14일 발표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나파모스타트 주성분의 약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일약품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혈액응고방지제 후탄의 주성분으로 나파모스타트를 사용한 SK케미칼, 나파모스타트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재창출 임상시험에 공동연구기업으로 참여한다고 밝힌 뉴지랩도 이날 급등했다.
이 같이 제약·바이오주의 뜨거운 모습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코스닥 시장을 호령하던 신라젠, 헬릭스미스, 코오롱티슈진 등의 신약 관련 잡음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발생하면서 제약·바이오주가 전반적인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 초에도 주도업종이었던 반도체와는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바이오주가 다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열기가 높아진 제약·바이오주 투자에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백신을 개발한다거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상장사가 다수 나와 단기 급등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이들이 실제로 이룬 것은 대부분 없었다”며 “단기적인 수익 실현을 경계하고 코로나19로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는 지 등을 살펴보면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