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회사채 발행액 전월보다 증가···이달에도 다수 대기
코로나19 공포 완화와 정부 지원책 영향으로 풀이
비우량 등급 이하 채권 수요 회복 더뎌 양극화는 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움츠러들었던 회사채 시장에 다시금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공포가 다소 완화된 데다 정부의 회사채 시장 안정화 정책이 시장에 어느 정도 온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비우량 등급의 경우 시장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평가돼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공포가 다소 완화되면서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7조4000억원으로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전월보다 2조4000억원 증가했다. 회사채 수요 건수도 39건으로 전월 10건에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회사채 시장이 전월보다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 자료=금투협,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지난달 회사채 시장이 전월보다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 자료=금투협,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지난달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의 성과도 좋았다. 지난달 수요예측 모집 금액을 채우지 못한 미매각은 AA등급 이상에서 1건 발생하는데 그쳤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이슈에도 지난달 말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1조4100억원어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신용등급 ‘AA0’ 수준인 SK루브리컨츠가 오는 18일 총 3000억원어치를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현대트랜시스(AA-), LG상사(AA-), 현대백화점(AA+), 포스코인터내셔널(AA0), 호텔롯데(AA0) 등도 이달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회사채 발행을 미뤘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온 점도 시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코로나19로 회사채 발행을 잠정 연기했던 대림산업은 이달 말 수요예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 차례 회사채 발행 일정을 연기하고 이달 초 다시 자금조달에 나섰던 LG CNS는 16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93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같은 분위기 전환은 코로나19의 공포 감소와 정부의 회사채 시장 안정화 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 채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로 급랭했던 시장심리가 다소 완화됐다. 여기에 정부의 채권안정시장 펀드,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도 한 몫을 했다”며 “특히 지난 3월이라면 쉽게 나올 수 없었던 ‘A-’ 등급 회사채도 산업은행의 지원을 등에 업고 수요예측을 계획하고 있는 등 분위기가 이전보다 좋아진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비우량(BBB+~BBB-)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얼어있는 상태여서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비우량 회사채의 수요예측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전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 되고 있다”면서도 “기업실적에 대한 경계감이 이어지면서 비우량 채권 거래시장의 경우 여전히 위축돼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위한 정부 정책이 마련되고 있어 반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A~BBB’ 등급을 지원하는 회사채신속인수제, ‘BBB급’ 이하를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등이 이달부터 본격화된다. 여기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저신용 회사채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V) 설립을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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