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기술 관심에 천안사업장行···“사업협력 위한 방문 아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만남의 배경은 삼성의 신기술인 ‘전고체 배터리’였다.

13일 업계 및 양사 관계자 등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성사될 두 그룹 총수들 만남의 시작은 정의선 부회장이 해당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다. 단순히 관심을 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며, 이에 이재용 부회장이 화답하며 두 총수들의 회동이 성사되게 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분야다. 업계에서는 20여년 이내에는 현행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것으로 관측한다. 배터리 양·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배터리다. 리튬이온전지보다 용량이 크고 안전성이 높다. 최근 삼성전자는 1회 충전거리가 800km에 이르는 전고체배터리 혁신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오후 성사될 회동에, 정 부회장은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서보신 현대차 상품담당 사장 등을 대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과 함께 이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이번 만남은 재계 1·2위 총수들의 만남이란 점 외에도 주목받는 까닭이 있다. 그간 두 회사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있어선 전혀 협력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주로 LG화학의 배터리를,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장착해왔다. 최근 발표된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에 도전했던 것이 협력이 쉽사리 이뤄지지 못하는 배경이라 판단한다. 수년 전부터 현대차와 삼성전자 간 기술교류가 있어 왔지만, 삼성SDI의 배터리만큼은 현대차그룹에서 철저히 외면돼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통해 양사가 전기차 배터리분야에서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 총수들이 만나 전혀 협력하지 않는 분야를 놓고 할 이야기가 무엇이 있겠느냐”며 “현대차가 강조하는 수소차뿐만 아니라 시장이 팽창하는 전기차 모두 핵심동력이 배터리인 만큼, 향후 양사의 전기차-배터리 협력을 기대할만한 만남이다”고 평했다.

한편, 이 같은 평가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섣부른 전망을 자제해달라는 태도를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근간이 된 만남”이라면서 “사업적 협력을 위한 방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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