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대표,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구속 수감
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키로

한때 코스닥 바이오 업종을 대표했던 신라젠이 갖은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큰 기대를 모았던 항암신약의 임상 실패에 이어 최근 최고경영자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나온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개발에 나서면서 기대감이 잠시 감돌았지만 상장폐지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신라젠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날 공시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이다. 만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이 같은 공시는 지난 8일 신라젠의 전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신라젠 주가는 지난해 7월 표적 항암제 ‘펙사벡’이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일부 신라젠 전직 임원들이 임상 실패 사실을 시장에 공표하기 전 고가에 보유 주식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젠 투자자 입장에서는 임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에 이어 상장폐지 리스크까지 불거진 것이다. 특히 현직 신라젠의 최고경영자인 문은상 대표도 이날 새벽 임상 실패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부정적인 이슈가 하나 더 추가됐다. 이미 신라젠은 지난 4일 오후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대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라젠이 전현직 임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따라 거래가 정지됐다.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신라젠이 전현직 임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따라 거래가 정지됐다.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지난 2016년 기술 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이 실패하기 전만 하더라도 코스닥을 대표하는 종목이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임상 성공 기대감으로 2017년 한 때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으며 코스닥 시장 시총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임상 실패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주가가 지난해 9월 사상 최저치인 7820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신라젠 사상 최고가가 2017년 장중 기록한 15만2300원과 크게 비교된다.

올해 들어서는 신라젠의 주가 상승 움직임이 잠시 나타나기도 했다. 저가 매수세와 더불어 기대 요인이 발생한 까닭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난달 말 신라젠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동물실험을 캐나다에서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상실패에서 비롯된 전현직 경영진의 구속 악재가 이달 연이어 불거져 나오면서 신라젠 투자자들의 미래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신라젠 측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관련 소명 자료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해 거래 재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예정된 임상을 차질 없이 수행해 펙사벡 상용화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뚜렷한 호재가 없는 한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반전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일 반대의 경우가 되면 상장폐지나 개선기간 부여에 따른 거래 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얽혀있어 해당 이슈가 해소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