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가구 주택은 서민주거형태”···‘반서민 정책’ 비판여론 다수
은행권 전세대출 매월 2조원 이상 증가···타은행에도 업무·자금 부담

신한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아파트를 제외한 건물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던 신한은행이 해당 결정을 하루만에 잠정 보류하자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효율적인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섰으나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서민 주거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다수 제기됐다.

실제로 은행권 전세대출은 지난해 2월부터 매월 2조원 이상 증가하며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신한은행의 대출 중단으로 다른 은행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들도 신한은행의 입장 변화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11일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다세대 빌라와 단독·다가구주택 등 비(非)아파트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코로나19 지원에 신규자금을 우선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중단 대상은 신한전세대출과 신한 쏠편한 전세대출 등 은행 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전세자금 대출 상품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하루가 지난 12일 이와 같은 결정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민주거안정 관련 우려가 생길 것에 대비해 해당 결정을 잠정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입장 변화는 금융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대출 중단 계획이 알려진 직후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한은행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다세대 빌라, 단독·다세대가구 등은 주로 서민들이 사는 주거형태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은 서민에 대한 대출 제한과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은행업계의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가계 및 기업의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전세대출을 중단하면 해당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한국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전세대출은 지난해 2월 2조3000억원 늘어난 이후 지난달(2조4000억원)까지 매월 2조원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무려 3조7000억원이 늘어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전세대출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전국 주택 전세 거래량은 11만8428건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중단되는 것은 일부 상품이고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제외한 전세 대출이지만 전세대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에 (전세대출 중단은) 당연히 다른 은행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출 상담은 보통 2~3주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어제 중단 계획을 듣고 오늘 바로 다른 은행의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효과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전세대출과 코로나19 지원 대출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성격이 조금 다르다”며 “물론 아파트보다야 리스크가 크겠지만 다세대 주택 등을 대상으로하는 전세대출도 담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과도한 리스크 관리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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