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주력사업 영업이익 대폭 후퇴···SK이노 1Q 영업적자만 1.8조
韓 배터리, 점유확대 꾀했지만···미국·유럽 회복세 더뎌 ‘잠재적 리스크’ 경고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배터리 빅3’ 업체들이 약진을 거듭 중이다. 이들 3사는 올 1분기 나란히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며 경쟁상대인 중국·일본 업체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LG화학의 경우 사상 첫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럼에도 먹구름이 감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중·장기적 리스크가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수요 감소 여파로 배터리 사업 투자의 버팀목이던 주력사업부문의 부진까지 겹악재에 휩싸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비교적 높은 상황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크게 부흥할 것으로 여겨지는 분야다. ‘포스트 반도체’라 불리며 전도유망한 사업으로 평가되지만 아직 실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판매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지만,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체들의 저마진 경쟁을 견디고 막대한 투자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은 각기 다른 주력사업을 영위하면서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LG화학 투자의 원동력은 석유화학사업이었다. LG보다 뒤는게 배터리업계에 뛰어 든 SK이노베이션 역시 정유와 석유화학을 통해 실현한 이익을 배터리에 투자하며 빠른 속도로 경쟁업체들을 추격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의 본업에 타격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올 1분기 LG화학은 23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단 높은 성적이지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보다 16%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3월 이후 미국·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음을 이유로 사정이 악화됐다면서 2분기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올 초부터 이어진 저유가 여파로 창사 이래 최악의 분기성적표를 받아들였다. 1분기에만 1조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됐는데, 정유부문의 마진율 저하가 주된 원인이었다. 산유국들이 감산합의에 성공하면서 2분기부터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유가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올 2분기 성적 역시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것은 배터리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반면 국내 배털 3사의 점유율은 확대되는 양상을 띠었다. LG화학이 27.1%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4위 삼성SDI 6.0%, 7위 SK이노베이션 4.5%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3사는 각각 전년대비 16.4%p, 2.2%p, 2.7%p 점유율 확대를 꾀했다.

우려도 제기된다. SNE리서치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북미·유럽 등에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쟁사들이 포진한 중국시장이 회복되면서 한국 3사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이에 기반한 적절한 시장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버팀목이 됐던 본업에서의 큰 부진을 겪게 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 측면에서도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두 업체 모두 배터리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본업이 흔들리는 상황이 장기화 될수록 배터리사업에 대한 부담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최근 인도에서의 화학물질 누출사고를 일으켰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LG화학과 소송에서 열세에 놓여있어 본업과 배터리 외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자금력이 뒷받침 되는 기업이기에 당장의 고전으로 배터리사업에 소홀하리라 보진 않지만, 배터리부문 내부에서는 실익을 내야한다는 상당한 압박이 작용할 것”이라 평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이 걸었던 것처럼 숱한 기업들이 도전했다 경쟁력 있는 소수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최근 발표된 SNE리서치만 보더라도 10위권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재차 진입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면서 “현재로선 북미·유럽 등의 전기차 수요회복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며 묵묵히 해당 시장에 대비하고, 중국공략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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