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지난해 신형 출시 이후에도 판매 하향세
젊은 감성 공략한 아반떼·K5에 디자인 밀려
기존 고객 그랜저 등으로 갈아타면서 이탈 현상···신규 수요는 점차 줄어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K5 판매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K5 판매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민차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최근 부진하다. 지난해 신형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그랜저, 아반떼, K5 등에 밀려 판매가 줄었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쏘나타 내수 판매는 지난해 5월 1만3376대를 기록한 이후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4월 판매는 5385대에 그치며 그랜저(1만5000대), 아반떼(8249대), K5(7953대) 등보다 판매 대수가 적었다.

또한 쏘나타 판매 상당수가 택시가 포함된 점까지 감안하면 일반 고객용 판매는 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부분 택시로 사용되는 쏘나타 LF모델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3만3531대를 판매하며 전체 쏘나타 판매의 33%를 차지했다.

업계선 쏘나타 부진에 대해 그동안 장점으로 부각되던 ‘무난함’이 최근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디자인 부분에서 쏘나타가 아반떼나 K5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 차량의 경우 주로 2030세대가 구입하는 모델인데, 젊은 층일수록 차량 구매시 디자인을 중요하게 보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출시한 아반떼의 경우 출시 전부터 디자인 부문에서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낮은 차체와 날카롭고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젊은 감각을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아반떼는 2016년 6월 이래 약 4년만에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K5는 쏘나타와 같은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고 있어 형제차량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K5는 쏘나타보다 판매량에서 항상 뒤쳐졌지만 지난해 12월 3세대 모델을 출시하고 월 평균 6959대를 판매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8048대를 판매하며, 2011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쏘나타를 넘어서면서 우위를 점했다.

두 차종간 가격과 성능은 비슷하나 승부를 가른 것은 역시 디자인이다. K5는 기아차 상징이었던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형상의 라디에이터그릴을 진화해 헤드램프와의 경계를 허물고 디자인 혁신을 이뤄냈다.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에 반응은 뜨거웠으며,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한 ‘2020 올해의 차’에서도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쏘나타는 디자인 부문에서는 아반떼와 K5에게, 중형 세단 입지는 그랜저에게 뺏겼다.

박재용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교수는 “최근 자동차 구매 패턴을 살펴보면, 차를 바꿀 때 기존 보유 모델보다 아래 단계를 고르는 일은 거의 없다”며 “아반떼를 몰던 사람은 쏘나타로, 쏘나타를 몰던 사람은 그랜저, 그랜저를 몰던 사람은 제네시스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과거 쏘나타를 보유했던 사람들이 새로 차를 바꿀 때 한단계 위급인 그랜저로 갈아타면서 쏘나타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쏘나타보다 아래급 차를 몰던 사람들은 신차 교체시 쏘나타를 건너 뛰고 그랜저나 수입차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생애 첫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가성비를 중요시 여겨 쏘나타 대신 아반떼나 소형 SUV 등을 구매하거나, 아예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고 공유차량을 이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쏘나타 자체 문제도 있다. 지난해 쏘나타는 출시 직후 엔진 소음 문제와 차량 진동 등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연식변경 모델에서는 윈드실드 몰딩과 두꺼운 1열 픽스드 글라스를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가솔린 2.0에는 이중 접합 차음유리를 추가해 소음을 저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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