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방역에 사회적 방역 함께 병행
전문가 “코로나19 겪은 경험이 곧 힘”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를 막기 위한 한층 강화된 K방역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방역 지침들을 그대로 이어가되 집단 발병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는 아직 명확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이에 보건당국은 의학적 방역과 사회적 방역을 동시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학적 방역은 진단(testing, 테스팅), 추적(tracing, 트레이싱), 치료(treatment, 트리트먼트) 등 3가지 티(T)가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도 많기 때문에 진단이 중요하다. 이 진단을 통해서 감염자들을 빨리 분리시키는 것이 감염을 막는 중요한 방법이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우선 진단키트를 많이 확보해서 감염자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는 메르스와 달라서 무증상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감염 사실을 모르고 돌아다녀서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감염자가 확인되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분리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추적은 방역당국이 그동안 가장 잘한 부분으로 손꼽히는 부분이다. 감염자의 감염 경로를 알아내고 동선을 확인하는 등 역학조사를 뜻하는데 이 역학조사가 잘 이뤄져야 2차, 3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세 번째 치료는 해외에서 발표된 치료제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의학적 방역은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여기서 항상 방심해서 안 되는 것은 사회적 방역”이라며 “그동안 해온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들의 방역 지침 등 사회적 방역을 의학방역과 병행해야 지금의 상황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오던 지침들을 얼마나 꾸준하게 지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20일 올 겨울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어느 정도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좀 더 생존하기 좋아지고 밀폐된 환경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장기전으로 갈 거라고 판단하고 엄밀한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1년 혹은 몇 년간, 장기간 계속 유행이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아직까지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도 경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2월과 같은 대규모 감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5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방역당국으로서는 지역사회 어딘가에서 특히 취약집단이나 사각지대 또는 진단·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집단 중에 조용한 전파가 계속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혹시라도 올 수 있는 다음번 유행은 2월 말에 맞았던 상황과는 다를 것이다. 그렇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본은 치료제나 백신, 의료기기 분야에서 연구개발에도 축적의 시간을 쌓는다는 방침이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K방역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경험이 향후 재유행 방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는 “일단 우리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감염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어떤 계층에 가장 취약한지 정보를 많이 얻게 됐다”며 “정보를 통해서 집단 발병이 일어날 수 있는 계층과 취약 시설을 집중 관리하면 대규모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봤기 때문에 국민들도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조심하면 확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서 안다”고 부연했다.
아무 것도 모를 때와 달리 정보가 생기면서 예방과 행동에 대한 명백한 가이드라인이 생긴 것이다. 경험한 만큼 가이드라인에 대한 확신도 생긴 셈이다. 특효약이 없어도 확진자 수를 줄이는 방법 등을 터득하고, 고령층, 당뇨병, 심혈관 질환자들의 집중 관리하면 사망률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 전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국내의 정보기술(IT)도 한몫을 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 교수는 “IT는 우리가 이미 감염자의 접촉자 관리 등 역학조사에 활용했고 이 기술이 추적에 매우 용이했다”고 평가했다.
김충종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감염자가 마트를 방문했을 때 기억에만 의존하면 마트를 다녀온 시간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휴대전화를 활용하면 기지국 등을 통해 마트를 방문한 시간 등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런 자료가 많아지면 접촉자를 찾는 것도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