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 지분 확대되는 데 우려 커져”
“한진칼이 대주주이고 경영 참여 선언하지 않으면 관치 우려 없어”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지분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정부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단순 지원책에 불과한 만큼 그 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정부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산업 지원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이어지던 끝에 정부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수혈키로 결정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00억원의 운영자금 투입, 70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3000억원의 영구전환사채(영구채) 매입을 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국책은행의 영구채 지원 결정은 재무 안정성 및 시장 신뢰도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국가 기간산업이란 소명의식을 갖고, 대한항공의 모든 임직원은 항공산업이 정상화되는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영구채 3000억원 매입이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지분을 10%를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미 10%가량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더불어 정부 지분이 20%까지 치솟게 된다.

정부 지분이 기존보다 2배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일각에선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당장의 위기는 넘기겠지만 자칫 독이 든 성배를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실력 발휘로 故 조양호 회장이 퇴진되는 사례도 있었던 대한항공이기에 이 같은 전망이 더욱 힘을 받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인데 대한항공의 정부 지분이 크게 올라가는 것은 우려할 만한 부분”며 “여기에 나중에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았는데, 조건 없이 도와야 하는 현 재난 상황에서 경영 참여 여지를 남겨놓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항공 등 7개 업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의 전제를 달았다.

반면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정부가 의결권을 행사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정부 지분이 20%로 늘어나도 대한항공 지배구조상 한진칼이 여전히 대주주이고, 또 5% 이상 주식을 취득하게 되면 경영에 참여할지 여부를 밝혀야 하는데 산업은행은 안 할 것”이라며 “관치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주총에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 문제가 걸려 있는데 현재 조원태 회장이 3자 연합과 대결 구도에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주요 변수가 될 순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이 대기업 지분을 늘려가며 관치 논란을 빚은 터라 정부는 더욱 이 같은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4일 “기간산업 기업 주식연계증권을 취득하더라도 이는 기업가치 상승 시 국민과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것일 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선 지분 인수를 통한 정부의 지원 방식과 관련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단순히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넘어 실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경영 간섭이 없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공식적으로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지 여부는 밖으로 보이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영향력 행사가 기업들로선 더욱 신경 쓰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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