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상장 작업 잠정 중단···자금 풍부해 ‘느긋’
현대ENG·SK건설·롯데건설, 내년 기약 가능성 커져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권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IPO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건설사들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까지 위축되는 등 돌발변수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서 건설사들은 올해 추진했던 IPO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시장의 대어로 지목된 호반건설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던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은 본사에 상주하던 상장 주관사단 인력을 최근 철수시켰다. 앞서 공동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은 올 2월 중순부터 호반건설에 파견돼 IPO를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호반건설이 IPO를 연기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3조~4조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상장 건설사의 주가가 급락하고 공모주 시장 자체도 위축되면서 상장 주관사들과 IPO 일정을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가의 기준이 되는 동종 업계 상장사 주가가 하락하면 공모가도 예상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재무 상황에 여유가 있는 만큼 IPO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742억원이다. 현금으로 당장 바꿀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도 1조1794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 역시 2년 연속 3000억원이 넘는 등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자금 면에서 급하지 않은 만큼 증시가 회복되고 적정 가치를 받을 때까지 IPO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연내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재무 인력으로 꼽히는 도신규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전무)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재경본부장으로 오면서 IPO도 본격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IPO 시장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일정도 기약 없이 연기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경기 위축 등의 문제로 건설업종의 평가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IPO를 준비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IPO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11.72%)과 정의선 부회장(4.65%)이 지분을 보유한 유일한 건설 계열사다. 업계에서는 오너 부자가 현대엔지니어링의 IPO를 통해 개편 과정에서 필요한 실탄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IPO를 추진해 왔던 SK건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SK건설은 지난 2018년 초 사업계획에 IPO 추진하기로 했으나 그해 라오스 댐 붕괴 사고가 발생해 이를 연기한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상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장외주식시장(K-TOC)에서 SK건설의 주가는 1만7500원으로 1년 전 주가(2만7925원) 대비 37% 하락했다.

롯데건설의 IPO도 무기한 연기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인 호텔롯데의 IPO가 불발되면서다. 지난해 신 회장이 롯데건설 대표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면서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계열사들의 IPO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감돌았다. 롯데건설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혔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IPO는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호텔롯데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 등 면세사업 실적이 반 토막 나면서 공모가 산정이 불리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롯데건설의 IPO 역시 올해는 힘들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와 경제 위축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만큼 IPO를 준비하는 건설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건설업종 전반의 기업가치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건설사들의 IPO 추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상화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사들의 IPO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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