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7년 전 위조 잔고증명서로 기소···동업자 지시 따랐다 주장
판례 “범죄 성립요건인 ‘행사할 목적’,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충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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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억원에 달하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이 중 일부를 행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는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봤을 때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효삼)는 지난 28일 최씨와 그의 과거 동업자였던 안아무개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변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허위로 만들어 행사한 혐의다. 잔고증명서를 위조에 가담한 최씨의 지인 김아무개씨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최씨와 안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관계자에게 자금력을 보여 부동산 정보를 얻기 위해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기로 하고 이들의 부탁을 받은 김씨가 2013년 4월 1일쯤 신안저축은행 명의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하는 등 2013년 10월 11일까지 총 4장을 위조했다”고 공소사실을 정리했다.

문제가 된 잔고증명서는 2013년 4월 1일자(100억여원), 6월 24일자(71억여원), 8월 2일자(38억여원·10월 2일자로 날짜를 바꾼 것으로 추정), 10월 11일자(138억여원) 등 총 4장으로 금액은 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행사한 혐의도 적용했다. 2013년 1월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하지 못해 계약금이 국가에 귀속되자 계약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2013년 4월 1일자 잔고증명서를 냈다는 혐의다.

2013년 8월 임아무개씨에게 돈을 빌리는 데 위조된 잔고증명서(2013년 6월 24일자)를 사용한 혐의는 안씨에게만 적용됐다. 나머지 2장의 가짜 잔고증명서에 대해서는 사용 했는지, 어디에 사용했는지 확인되지 않아 행사 혐의가 적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16년 안씨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잔고증명서가 위조됐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다. 또 이에 대한 처벌도 받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씨와 안씨는 부동산 투자를 위해 잔고증명서를 조작한 것은 맞지만, 조작을 누가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씨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사용처를 몰랐다는 최씨의 주장대로라면 죄가 안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 범죄에 대해 ‘미필적 인식’만 있다면 족하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최씨에게 적용된 형법 231조(사문서등의 위조·변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성립요건 중 ‘행사할 목적’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06년 1월 사건(2004도788)에서 “문서변조죄에 있어서 행사할 목적이란 변조된 문서를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사용할 목적을 말하는 것으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고 설시했다.

이는 ‘누가 위조를 지시했는가’와는 별개로 최씨가 이 위조 잔고증명서가 사용될 것이라는 ‘미필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면 유죄 판결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씨와 안씨 두 사람은 동업 관계였고, 공소사실에 따르면 공매 땅을 매입하기 위해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며 “최씨는 위조된 사문서가 행사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문서행사의 미필적 인식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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