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코로나19로 줄어든 생산량 만회 위해 근무시간 연장 검토”
르노삼성 노조, 노사 갈등 이어 노노 갈등까지 야기···협상 의지 의심돼
사측, 970만원 상당의 추가금 지급 제시했으나 협상 지연 시 불투명 ··· “코로나19 때문”
코로나19 위기 속에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의 태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주 60시간 근무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 데 반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은 연이은 임단협 지연으로 XM3의 유럽 수출 물량 배정도 여태 끝내지 못해 회사 생존을 위해서는 조속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노조에 최대 주 60시간으로 근무를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 한시적으로 주말 특근을 늘리거나 평일 잔업을 실시해 생산량을 만회하자는 것이다.
이상수 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지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산손실이 10만대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량을 만회하지 않고서는 올해 임금 인상 요구 근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부 신문을 통해 밝혔다.
이어 “원청사의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품 협력사들은 회사 존립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사회연대를 실천해야 할 노조가 부품 협력사 노조 생존권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위기에 처한 울산시 자동차협력업체 대표들은 현대차 노사에 생산성 만회를 위한 근무시간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현대차 노사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화합하고 있는 데 반해 르노삼성은 여전히 대립 중이다.
지난 24일 열린 르노삼성 노사의 18차 교섭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결렬됐다. 이후 26일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라인수당 인상 ▲생산·영업직군 통합 ▲노사 교섭대표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노조 측 제시안 중 라인수당 인상과 생산·영업직군 통합의 경우 이전 요구사항과 동일하나 노사 교섭대표 동반 퇴진은 새롭게 제기돼 문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노조에서 교섭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며, 이는 협상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노조 집행부가 교섭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회사 인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조에서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분을 보전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측과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깰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최근 기업노조가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가 받을 성과급을 파업 참가자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노조는 사내 다른 노조와 사원대표자위원회 등에 공문을 보내 임금협상 성과물은 투쟁한 노동자의 희생의 결과이며, 성과물을 나눈다면 손실에 대한 고통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 노조 집행부의 의견은 일부 주장이며, 상당수의 노조원이 조속한 협상을 원하고 있다”며 “집행부가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보전 등을 통해 노노 갈등까지 발생시키면서 회사 미래보다 자신들 자리 보존에 신경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르노삼성 노조는 파업 참여율이 낮아 파업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노조의 파업 참여율은 40% 수준에서 시작해 차츰 줄어들며 이후 20%대까지 떨어졌다.
한편 사측은 이번 임금협상과 관련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일시금 850만원 지급, 공헌수당 신설을 통한 월 10만원 상당의 수당 지급 등을 노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이 지연될 경우 사측의 제시안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으며 르노그룹 본사도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그룹은 지난 17일부터 프랑스 17개 전 공장의 가동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익 악화를 이유로 본사에서 제시안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XM3 수출 물량 배정을 위해서도 조속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르노삼성 수출의 77%를 책임진 닛산 로그 생산이 종료되면서 후속으로 XM3 배정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2월 르노삼성의 수출 물량은 5314대로 전년에 비해 65.3%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