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등 한국 기업 주요 공략 시장들도 줄줄이 ‘입국 제한’
“한국 기업 활동이 상대국에게도 ‘윈윈’된다는 점 강조해야”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 표시된 페리 비행이 예정된 대한항공 인천발 호찌민행, 다낭행의 정보. / 사진=연합뉴스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 표시된 페리 비행이 예정된 대한항공 인천발 호찌민행, 다낭행의 정보.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이뤄지고 있는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가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을지 기업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단순히 왕래할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현지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9일 현재 한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 금지를 실시하는 나라는 총 106개국이다. 발원지인 중국 외에 확진자 수가 유난히 많은 국가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아예 입국금지를 실시하는 곳은 절반 이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오는 외국인들을 격리 조치하거나 방역을 강화하는 국가다. 그런데 격리가 되는 불안한 상황을 알면서도 해당 국가를 방문할 가능성은 낮으므로 사실상 106개국 모두가 입국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경제구조의 특성상 외국과의 왕래가 막히는 상황이 길어지면 기업들의 경영에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 4대 그룹 인사는 “현장점검 자체가 힘들어지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 악화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단순 계약 하나를 하는데 한국을 오가며 격리를 당하는 상황이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입국 금지 문제로 우리 정부가 각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열심히 현지 시장을 개척하고 이미지를 끌어올려놨는데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이다.

지난 4일 각국의 입국 제한에 대해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과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발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정부 간에 자극적 발언이 오가는 상황이 되면 현지 경영 일선에서도 힘들어진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입국 제한이 걸린 나라들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밀접하거나 기업들이 시장을 적극 개척하던 국가들이란 점에서 특히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이 공들여 온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들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구미사업장 확진자 발생 문제를 겪은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생산하던 스마트폰 모델 일부를 베트남에서 생산키로 했다. 이 때문에 엔지니어 1000명을 긴급하게 투입해야 하는데 입국 제한 조치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한·일 관계는 더욱 요원해졌다. 일본이 먼저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금지시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똑같이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관계가 악화됐었는데 이번 사태로 상황이 더 나빠지자 기업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는 “한·일 관계가 언젠가는 외교 문제로 풀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걱정”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우리는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중국조차 지방정부 19곳이 한국 입국자에 대해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입국 제한은 아니라고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중국 옌타이시는 지난달 기업은행 등 현지 한국 기업에 대해 한국인 출근 금지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감정적 접근보다는 외교의 기본인 ‘윈윈’ 측면을 우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렵겠지만, 상대국들에게도 (한국 기업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민간 차원에서 노력을 하면 정부가 이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