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액 67억→118억, 유죄 인정액 61억→89억
‘익명의 제보자’ 권익위 신고로 검찰 근거자료 확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액 중 27억원이 추가로 유죄로 인정됐다. 기소 당시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던 증거는, 익명의 제보를 통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6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1심 당시 삼성이 자동차 회사 ‘다스’의 소송비용으로 대신 낸 것으로 본 67억여원(사전수뢰 3억 포함)을 118억여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검찰에 따르면 권익위원회로부터 넘어온 자료에는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 LA지부가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지급해달라”며 삼성 측에 보낸 거래 명세서(인보이스·invoice)가 포함돼 있다. 인보이스는 2007~2011년 사이 총 38차례 발송됐으며, 청구 금액은 60억여원이다.

검찰은 이 60억원 중 이미 기소한 10억원을 제외한 50억원에 대해 뇌물가액을 추가해 달라며 2심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의 요구가 수용되면서 이 전 대통령의 뇌물가액은 67억원에서 11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의 종류는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 명의 우리은행 계좌에서 에이킨 검프 계좌로 2008년 4월~2011년 3월 34회에 걸쳐 매달 12만5000달러(약 1억4000만원)씩 정기적으로 넘어간 다스의 수임료다. 두 번째는 비정기적으로 보내진 부대비용으로, 2심에서 추가된 뇌물과 관련돼 있다.

애초 검찰은 두 번째 뇌물을 입증할 만한 인보이스를 확보하지 못했고, 삼성에 남아있던 2011년 이후 인보이스를 근거로 약 10억원만 기소했다고 한다. 삼성의 정책상 주요 자료 보존기간이 7년이어서 2011년 전 자료는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권익위에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왔고, 검찰은 이 인보이스를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의 뇌물가액을 늘릴 수 있었다.

공소장 변경에 따라 삼성과 관련된 유죄 뇌물수수액은 약 27억2000만원이 증가한 89억원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 뇌물 외에도 공직임명 등을 대가로 여러 명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받은 22억6000만원 중 2억1230만원(1심 19억1230만원 유죄)이, 김소남 전 국회의원에게 받은 4억원 중 2억원(1심 4억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최등규 대보건설 회장에게 받은 5억원, 손병문 ABC상사 회장에게 받은 2억원, 이정섭 능인선원 주지스님에게 받은 2억원 등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2009년 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특별사면의 이면에 삼성 측이 뇌물을 건넨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이 공정하게 행사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고 꼬집어 말했다.

1심 재판부 역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2011년까지 약 3년동안 자문료를 가장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해 다스의 미국소송 비용으로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09년 12월 단독 사면됐다”며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는 대통령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 전체의 인사와 직무집행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뽑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