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 연계 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직격탄
고객 줄고 신규 상품 설정 자제하면서 PB 시장 위축
지점 축소에 VIP 고객 영업 위주 환경 변화에 이중고
국내 자산관리 시장 앞단에 서있는 프라이빗뱅커(PB)들의 속앓이가 최근들어 깊어지고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PB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지점 통폐합 추세, 고액자산가(VIP) 위주의 영업 환경 변화에 따라 고객 관리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지 사태가 확대되면서 자산관리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량 손실을 초래한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에 연이어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상품 기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위축 분위기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성장했던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31일 기준 418조9375억원으로 최근 한 달 동안 2조8696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사모펀드 설정액이 월평균 6조원 넘게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수도 지난해 12월 말 3만7409개였는데,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6월 말 대비 37.1%(2만2106개) 줄어든 수치다.
이와 동시에 투자자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PB들의 고민들도 깊어지고 있다. 해당 사태들이 불완전 판매와 엮이면서 PB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선 총수익스와프(TRS) 대출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한 투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투자했다며 PB들을 성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태 중심에서 빗겨나 있는 PB들도 이 같은 영향을 받고 있다. 한 증권사 PB는 “지난해 DLF에 이어 라임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신규 영업활동이 쉽지 않아졌다. 특히 사모펀드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손을 내젓는 고객들도 많아졌다”며 “여기에 회사에서도 새로운 것을 설정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영업 측면에서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증권사 지점을 둘러싼 환경 변화도 진행되고 있어 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최근들어 오프라인 점포 수를 축소하면서 큰 지역 단위 중심의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지점 수는 1108곳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곳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보니 PB들이 지역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고객 접근성 저하와 계좌 이관 문제가 나오는 등 고객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밖에 VIP 고객 위주로 영업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하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증권사 PB는 “증권사와 은행 모두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PB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며 “고액 자산가들은 어느정도 한정돼 있고 이들을 고객으로 만들려는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 난이도가 높아진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