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137만명 가입···1년 총 납입액 4조5000억원 규모
상당금액 추가 이자비용 발생
‘브랜드 명칭 변경 홍보 효과 vs 과도한 출혈마케팅’···의견 분분

하나은행의 특별판매 적금상품 ‘하나 더적금’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총 136만7000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돌풍을 일으켰다./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의 특별판매 적금상품 ‘하나 더적금’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총 136만7000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돌풍을 일으켰다./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의 고금리 특별판매 적금 상품 ‘하나 더적금’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가입 대란’을 일으키며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지만 과도하게 많은 이자비용이 향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3분기 동안 이자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특판이 다소 무리한 출혈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그동안 고객들로부터 발생한 이익을 일부 환원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상품이기 때문에 단순한 수익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입장이다.

◇3일 한정판매 불구 136만7000명 가입···총 이자비용 1200억원 수준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나은행이 출시한 고금리 적금 상품 ‘하나 더적금’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례없는 큰 돌풍을 일으켰다. 하나은행 브랜드 명칭 변경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 상품은 1년제 가입 상품으로 최고 연 5.01%의 고금리를 자랑한다.

월 납입 한도가 최대 30만원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1년 이자가 최고 8만2650원(세후) 수준이지만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못한 소비자들이 잇따라 가입 행렬에 동참했다.

한정판매 기간인 지난 3일부터 5일동안 무려 136만7000명이 가입했으며 3788억원의 가입금이 모였다. 만약 모든 고객들이 12개월 동안 납입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납입액은 4조54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말 기준 하나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230조410억원으로 전년말(211조7010억원) 대비 18조3400억원(8.7%) 늘어났다. 지난해 원화예수금 증가액의 24.79%에 해당하는 금액이 단 3일만에 유치된 셈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에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 5.01% 금리를 기준으로 월 3788억원의 납입금이 1년동안 유지될 경우 하나은행은 고객들에게 약 1234억원(세전)의 이자를 지급해야한다.

최고금리가 2.05%인 하나은행의 ‘행복투게더적금’ 상품에 동일한 금액이 모였을때와 비교해 수백억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더 발생하게 됐다. 은행연합회 공시상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최고금리가 높은 스무살우리적금(연 3.30%)과 비교해도 이자비용이 421억원이나 많다.

자료=하나금융그룹/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하나금융그룹/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이자이익 감소세에 이자비용 부담 전망···오픈뱅킹·유스고객 확보는 긍정적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하나은행의 이자이익과 순이자마진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 1조2460억원이었던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은 2분기 1조2680억원으로 늘어난 이후 3분기에 1조264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리고 지난해 4분기에는 1조24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2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순이자마진(NIM) 역시 지난해 1분기 1.55%에서 2분기와 3분기 각각 1.54%, 1.47%로 감소했으며 지난해 4분기에는 1.41%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가 이자비용은 하나은행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94.4%의 안정적인 예대율을 유지하고 있어 예수금 확보가 급한 상황도 아니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확보한 예수금이 적극적인 대출영업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시장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1년 기준 4만원 정도의 추가 이자에 이렇게 많은 고객들이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온라인 상에서 하나 더적금 가입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출혈 마케팅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며 “수익만을 따진다면 명백한 역마진”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은행의 총 이익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무시할만한 규모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오픈뱅킹 고객 확보, 유스 고객 확보, 브랜드 홍보 측면에서는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늘어난 고객들을 어떻게 잡아두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은행 측은 수익 확원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특판상품에 가입하신 분들은 대부분 조금씩이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시는 서민 고객들”이라며 “그동안 고객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작은 혜택으로나마 돌려드리기 위해 상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 판매한도를 설정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자비용 부담이 경영에 큰 타격이 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통합 브랜드 명칭 홍보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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