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당시 기억 글·그림으로 남겨···양육비·면접교섭 거부한 친부, 친모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
검찰, 지난해 7월 아동학대 혐의 등 무혐의 처분···재고소로 수사기관 결정 뒤집힐지 주목돼

면접교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아빠를 처벌해달라는 만 8세 아동의 요구가 적혀있는 편지. 딸 B양은 비양육자 A씨가 여덟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적었다. 또 가슴에 상처가 있는것 같고 마음이 물바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 사진=제보자 B양 어머니 손씨.
면접교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아빠를 처벌해달라는 만 8세 아동의 요구가 적혀있는 편지. 딸 B양은 비양육자 A씨가 여덟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적었다. 또 가슴에 상처가 있는것 같고 마음이 물바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 사진=제보자 B양 어머니 손씨.

이른바 ‘배드파더스’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아동 학대라는 관점에서 양육비 미지급과 면접교섭 불이행 등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시사저널e는 배드파더스로 지목된 비양육자 A씨의 딸이자 피해 아동인 B양(만 8세)이 겪었던 경험을 아동의 그림과 편지글, 피해 아동 어머니의 증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B양의 아버지 A씨는 현재 전 배우자 손아무개씨(양육자)와 일행을 폭행해 공동상해와 함께 B양에 대한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로, 수사기관 사건 처리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B양은 만 3세 당시 아버지의 무관심과 학대 정황 등을 기억하고 기록했으며 그렸다. B양은 “가슴에 상처가 있는 것 같고 물바다가 된 것 같다”며 친부의 처벌을 부탁했다.

수사기관은 A씨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한차례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린바 있다. 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 방임은 없어서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행위를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판단했고, 아동학대의 범주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향적인 수사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 “아빠의 잘못은 여덟 개···마음은 물바다”

고소인이자 B양의 엄마 손씨는 A씨와 2010년 3월 혼인한 뒤, 2015년 5월 서울가정법원의 이혼판결이 확정돼 이혼했다. A씨의 가정폭력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손씨는 설명한다. A씨는 손씨에 대한 가정폭력 중 3건이 상해로 인정돼 2014년 7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손씨에 따르면 A씨는 별거가 시작된 2012년 초부터 이혼소송 기간 동안 B양에 대해 면접교섭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양육비도 극히 일부만 지급했다. 2014년 초 이혼소송 중 사전처분으로 면접교섭 결정이 이뤄지자 5~6회 B양에 대한 면접교섭을 진행했을 뿐이다. A씨는 이후 약 5년간 면접교섭을 하지 않았다.

올해 만 8세가 된 B양은 만 3세 당시 면접교섭을 했던 아빠의 모습을 기억했다. 아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B양은 아빠가 여덟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손씨가 그림 내용을 글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판사에게 편지도 썼다.

손씨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친 경험으로 아이의 그림을 보면 정서를 읽을 수 있다. 대화보다는 그림으로 먼저 그려보라고 했다”며 “수사기관과 판사님께 제출한다고 하니 아이가 편지를 썼다. 그림보다 글의 내용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박양이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 / 사진=제보자 손씨.
B양이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 A씨가 B양에게 "박스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B양이 '냄새나는데'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사진=제보자 B양 어머니 손씨.

“사과상자를 집이라고 하고 아이를 사과상자에 넣어 두었는데, 아이는 ‘더러워서 들어가기 싫은데···’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자신보다 더 큰 강아지를 아빠 친구가 데리고 왔는데, 아이는 큰 개가 상자 옆에서 돌아다녀서 공포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A씨는 친구와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 시간 아이를 공포에 떨게 두었습니다.”(B양 어머니 손씨의 증언)

손씨에 따르면 A씨는 서울의 한 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한다. 이 가게에서 면접교섭을 했던 B양은 당시 아빠가 자신을 냄새나는 사과박스에 넣었다고 회상했다. 

박양이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 / 사진=제보자 손씨.
B양이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 삼계탕을 먹고싶다는 B양을 두고 A씨가 "저기로 가자"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 사진=제보자 B양 어머니 손씨.

“아이가 면접교섭을 다녀왔고 이모와 조카 네명이서 저녁을 먹기위해 만났습니다. 고기를 굽는대로 아이가 허겁지겁 먹자 이모가 ‘OO아 배고팠어? 오늘 아빠 만나서 뭐먹었어?’라고 물었는데 아이가 ‘오늘 밥 안먹었어’라고 이야기해 모두 멈칫하며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아이가 이야기를 하길 삼계탕 집을 지나가는데 배고프다고 했더니 아빠가 그냥 ‘빨리 따라와’라고 끌고 가서 힘들었고 밥을 안줘서 배고팠다라고 이야기합니다.”(B양 엄마 손씨의 증언)

B양의 그림과 손씨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B양의 허기진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B양은 당시 “언제까지 걷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박양이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 / 사진=제보자 손씨.
B양이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 B양을 두고 A씨가 다른 여성과 팔짱을 낀 모습이 그려져 있다. / 사진=제보자 B양 어머니 손씨.

“키즈카페(디X랜드)를 가기로 약속한날 아이가 집에 와서 ‘오늘 아빠랑 디X랜드 가기로 했는데 아빠가 친구랑 영화보러 갔어. 그런데 친구가 여자야’라고 했습니다. 여자가 ‘쟤는 누구야?’ 하며 팔짱을 꼈는데, 아빠가 대답을 안하고 ‘그냥 가자’라고 하며 영화를 보러갔고 아이는 수박 할머니 옆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아이가 ‘나는 엄마가 있는데 다른 여자가 왜 아빠의 팔짱을 끼지? 엄마랑 아빠랑 저 아줌마땜에 함께 살지 못하는구나’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B양 어머니 손씨의 증언)

B양은 그림을 설명하는 편지글에서 판사에게 아빠를 크게 혼내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사에게 편지를 쓴 것이라고 엄마 손씨는 설명했다. B양은 면접교섭 당시 기분에 대해 “가슴에 상처가 있는 것 같고, 물바다가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B양은 “아빠를 혼내주고 싶고 속상해요. 우리 아빠 크게 혼내주세요. 제발요. 소원이에요”라고 썼다.

◇ 손씨, 친부 A씨를 ‘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고소

손씨는 전 남편인 A씨가 5100만원 상당의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별거가 시작된 2012년 초부터 현재까지 8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한 것이 전부다. 법원은 2012년 12월부터 B양이 성년이 될 때까지 A씨는 손씨에게 매월 말 6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손씨는 양육비 채무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위해 지난달 17일 A씨의 일터를 찾았다가 화를 당했다. 손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손씨와 이 사안을 취재하는 기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역시 손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처 폭행 배드파더스 고소장 제출. / 사진=연합뉴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와 손씨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를 방문해 A씨를 공동상해 및 아동학대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 당시 손씨는 별도의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A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및 아동유기, 방임죄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동복지법은 ‘누구든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손씨는 A씨가 B양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유기·방임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먼저 가정폭력으로 인한 아동학대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2011년 4월 A씨가 아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발로 세게 찼고, 유모차의 바구니가 빠지면서 그 안에 있던 10개월 된 B양이 크게 놀라 울었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말에는 A씨가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B양을 안고 있던 자신에게 겨누고, 식칼을 문에 꽂는 방법으로 협박해 피해아동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가정폭력과 관련된 아동학대 7가지 주장을 고소장에 적었다.

손씨는 A씨가 잠시 면접교섭을 하는 시기에도 아동학대 등을 저질렀다고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2014년 초 5~6차례 면접교섭이 있었는데, 피해아동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대로 먹이지 않았다’ ‘밥 대신 아이스크림을 사주거나 사과나 수박으로 끼니를 때우게 했다’ ‘B양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사과상자에 넣어 공포에 떨게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손씨는 A씨가 양육비 미지급하면서 B양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의 의무 일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손씨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아이를 면접교섭하면서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아이는 이때의 일을 트라우마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다보면 피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검찰 한 차례 ‘혐의 없음’ 결론···“양육비는 공적 사안, 아동학대로 봐야”

손씨가 A씨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손씨는 지난해 A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고소인(손씨)에 대한 피의자(A씨)의 가정폭력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해아동(B양)을 안고 있던 고소인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이외에 피해아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만한 신체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했다고 볼만한 증빙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방임이란 아동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상해나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않거나 불결한 환경이나 위험한 상태에서 아동을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며 “식사를 대신해 사과나 과자 등의 간식을 지급한 행위를 곧바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고, 교섭시간 중 아동을 두고 다른 곳으로 갈 당시 아동을 혼자 두고 간 것이 아니라면 이 행위가 곧바로 아동에게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 피해아동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행위를 방임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서도 검찰은 “A씨의 양육비 미지급으로 B양의 경제적인 부분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A씨가 B양의 기본적 보호 및 양육활동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의 보호 및 양육, 치료를 소홀히 하는 부분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면, 양육비 미지급을 곧바로 아동에 대한 방임행위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손씨와 고소대리인은 검찰이 관련 법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아이를 돌보지 않고 양육비도 주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다”라며 “양육비를 공적 문제로 봐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다시 한 번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고소대리인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A씨는 이혼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B양의 보호자이지만, 고의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고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양육비 미지급이야말로 아동의 신체 및 정신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행위이며,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며 방임하는 행위라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손씨 측은 B양이 그린 그림과 편지 등을 근거로 B양에게 어떠한 정신적·신체적 트라우마가 남았는지에 관해 추후 정신과 상담내역 등을 제출해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사저널e는 A씨의 반론과 입장을 듣고자 알려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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