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유통개혁·디지털 농협 구축 등 농업경쟁력 강화 ‘총력’
최초의 경기 출신 중앙회장, 지역 통합 정책 기대···금융개혁 관련 공약은 다소 부실
농협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이 210만 조합원들의 새로운 대표가 됐다. 이 당선인은 향후 4년 동안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 관련 공약에 대한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 이 당선인은 결선투표 끝에 유남영 후보(전북 정읍조합장)을 제치고 중앙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당선인은 지난 2016년 김병원 전 중앙회장에게 막판 역전패를 당하며 고배를 마셨지만 재수 끝에 당선에 성공했다. 이 당선인의 취임식은 오는 3일로 예정돼 있다.
이 당선인은 1949년 경기 성남 출생으로 1971년 성남 낙생농협에 입사하면서 농협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낙생조합장을 3선까지 역임했으며 2003년부터 2010년까지는 농협중앙회 이사도 함께 지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직을 수행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중앙회장을 지낸 최원병 전 중앙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위원장을 오랜 기간 지낸만큼 이 당선인은 농협중앙회 운영에 밝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초의 경기 출신 회장으로 지역 통합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 당선인은 향후 4년의 임기 동안 농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의 개도국지위 포기 결정이 당장 쌀 관세 인하와 보조금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농민들 사이에서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출마 당시 ‘함께하는 농협’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5대 공약, 25개 약속을 내세운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이 당선인은 농가 기본소득 안정을 위한 ‘농업인 월급제’와 농축산물 유통개혁, 디지털농협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한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도 공약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농협법 개정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금융사업에 대한 고민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당선인의 공약 중 금융과 관련된 공약은 조합 점포환경 개선 정도가 있다. 경쟁 금융기관에 비해 낙후돼있는 지역 농축협 점포를 디지털환경 변화에 맞춰 개선하겠다는 공약이다. 체질 개선 차원의 혁신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이 당선인이 중앙회 감사위원장으로 있던 당시에 농협은행의 조선해운업 부실사태가 발생했다는 점도 관련 우려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 당선인은 “(제가 제시한) 공약에 더해 지금까지 함께한 후보들의 공약도 받아들여 협동조합이 올곧게 가도록 할 것”이라며 “조합장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제대로 농민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