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순위 10위 안착·M&A 전문가 전진 배치···기업 극대화 작업 속도
공정위, 내부거래 의혹 조사 착수···“‘오너 리스크’, 심사에 부정적”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경자년 호반건설이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처음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에 오른 데 이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한 최승남 대표를 총괄부회장으로 전면 배치하면서 IPO 채비에 나섰다. 다만 IPO에 앞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일가를 둘러싼 내부거래·편법 승계 의혹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합병 후 시평 10위 안착···IPO 토대 마련

3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018년 10월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를 IPO 주관사로 정한 이후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힘썼다. 특히 계열사인 호반과의 M&A를 통해 IPO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몸집이 커진 호반건설은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를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2019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에 안착했다. 지방 출신 중견 건설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과 함께 10대 건설사 반열에 오른 것이다.

M&A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실제로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면서 자본총액이 3조1751억원까지 불어났다. 호반건설은 2018년 기준 매출 1조1744억원, 영업이익 27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7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50.2% 불어난 3068억원을 올렸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은 IPO 때 자본총액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IPO가 신사업 진출 등 사세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IPO는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충당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할 때 시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호반건설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편이다. 2018년 말 연결기준으로 호반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00억원, 유동자산은 2조6900억원에 이른다. 재고자산 용지만 4200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호반건설을 포함한 호반그룹은 외부 차입 없이 1조6000억원 안팎 규모의 대우건설 매입에 나선 바 있다. 또한 호반건설의 부채비율은 13.3%로, 10대 건설사 평균 수준(170%)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M&A 전문가’ 최승남 총괄부회장 선임···사업 다각화로 포트폴리오 다양화

호반건설은 IPO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말 M&A 전문가로 불리는 최승남 호반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총괄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2015년 호반그룹 부사장으로 합류해 금호산업·대우건설 등 굵직한 M&A 업무를 주도해 왔다. 지난 2016년 울트라건설에 이어 지난 2018년에는 리솜리조트의 M&A를 진두지휘해 호반그룹의 사업 다각화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호반건설이 최 부회장을 전진 배치한 것은 M&A로 사업 다각화의 성과가 두드러지면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호반건설은 튼튼한 재무구조에도 단조로운 사업 구조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이 없는 주택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만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없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IPO 전 호반건설의 사업 다각화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부거래·편법 승계 의혹, ‘오너 리스크’로 작용할 듯

호반건설 IPO의 최대 리스크는 ‘내부거래’와 ‘편법 승계’ 의혹이다. 호반건설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주택토지공사로부터 낙찰받은 아파트 용지 44개 중 17개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 김대헌 부사장과 둘째 김윤혜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 막내 김민성 전무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로 넘기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세 자녀는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호반건설은 경영 승계 과정에서도 내부거래를 의심받았다. 호반건설 총수 일가는 장남인 김 부사장이 지배하고 있던 호반을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시키고, 지난해 호반건설과 합병하며 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병 이후 김 부사장은 호반건설의 지분 54.3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개인의 노력이 아닌 계열사들의 이익을 편취한 데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편법 증여에 악용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부당지원감시과는 지난해 11월25일 호반건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부당지원감시과는 공정거래법상의 계열사 사이 부당한 지원행위를 규제하는 곳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일감 몰아주기와 이에 따른 편법 승계 등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가 편법적 경영 승계, 총수들의 사익편취에 이용되면 공정위의 정책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선 호반건설을 향한 여러 가지 의혹과 부정적 평판이 IPO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PO 심사는 시총이나 자기자본, 세전이익 등 양적 심사와 경영 투명성, 안정성 등 질적 심사로 진행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호반건설이 질적 심사에서 기업 평판 및 오너 리스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며 “일반적으로 양적 심사 요건을 충족해도 질적 심사 평가가 좋지 못하면 IPO 여부는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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