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전례 없던 규제···비용 부담 크고 예측 어려워 불확실성 잔존”
LNG추진선 등 조선업계 수혜···국내 정유 4사, 저유황유 공급체계 완료
오늘(1일)부터 ‘IMO 2020’이 본격 시행된다. IMO 2020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책으로 산성비 유발물질인 ‘황산화물(SOx)’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제정됐다.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종전 최대 3.5%에서 0.5%로 대폭 낮춰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의 경우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평택·당진 등 5개 대형 항만이 배출규제 해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의 황 함유량은 0.1%로 제한된다.
해운업계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그리고 IMO 2020 등을 꼭 집어 올해 현대상선이 당면하게 될 ‘외부 변수’로 꼽았을 정도다. 특히 이를 충족하기 위해선 경제적 부담도 더해지는 만큼, 국내외 해운사들은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했다.
강화된 기준치를 충족하기 위해선 기존 선박에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추진 장치를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엔진으로 바꿔 달아야 한다. 혹은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저유황유는 황 함유량이 0.1%에 불과한 대신 기존 고유황유보다 40~50% 비싸다는 단점을 지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선박에 LPG 추진 설비로 교체하는 것보다 스크러버 설치가 비용 부담이 적어 우선적으로 이를 택한 업체수가 상당하다”면서 “향후 어떤 것이 더욱 경제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각 해운사마다 나름의 사정에 맞게 운용할 테지만, 신규 선박 발주 때 LNG추진선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며 저유황유 수요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해운업의 특성상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가 큰데, IMO 2020은 비용 부담이 크고 신규 규제인 탓에 향후 전개 방향 등과 같은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상황”이라면서 “오는 4일 중국 류허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중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하는 등 기존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브렉시트 등을 앞두고 있어 올해 해운업계의 전망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선업계와 정유업계는 이번 규제에 따라 톡톡한 수혜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조선업계의 경우 스크러버 설치 혹은 LNG 추진 설비 교체 등으로 인한 수혜가 선제적으로 본격화된 상황이다. 비교적 경제적인 방안으로 평가되는 스크러버 설치비만 대당 700만달러(약 80억원)에 이른다. 더불어 글로벌 해운사로부터 LNG추진선 발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에 비해 업황 개선이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지난 한 해 대폭 커지게 될 저유황유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해 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일 선박유 시장은 44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고유황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다. 고유황유보다 40~50% 비싼 저유황유 비중이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IEA는 올해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저유황유 수요를 예측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도 속속 저유황유 공급을 위한 대비책 수립을 마무리 짓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에 짓고 있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통해 오는 3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현재 공사는 마무리 단계이며 이달 말께 준공이 예정돼 있다. 상용화에 돌입하면 SK에너지는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GS칼텍스는 이미 전남 여수공장에서 고유황중질유를 생산 중이다. 2006년부터 약 6조원을 투입해 해당 시설을 갖췄다. 기존 공장연료로만 활용되던 저유황유를 선박유로도 공급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국내 최초 저유황유 전용 생산기술특허를 출원한 곳으로 충남 대산공장을 통해 1일 5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증설한 울산 잔사유고도화시설(RUC)을 통해 IMO 2020에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