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내 5개 저축은행, 평균 129.08% 성장···수익성도 개선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은행 고객 일부 이동···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가계대출↑

자료=저축은행 중앙회/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저축은행 중앙회/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금융그룹 내에서 소형 자회사 중 하나로만 여겨졌던 저축은행들이 최근 알짜 자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신한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 등 금융그룹에 속해 있는 저축은행들은 경기 불황에도 지난 1년 동안 평균 두 배가량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은행의 일부 예금 고객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렸고, 부동산 경기 호황도 겹쳐 저축은행들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내 대다수 계열사가 내년 업황 악화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축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지난 3분기 동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다. 79개 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3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498억원)보다 10.31% 증가했다.

금융그룹 내 저축은행들의 성장세는 좀 더 두드러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신한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01억원)에 비해 87.13% 늘어났으며, KB저축은행은 38억원에서 104억원으로 173.68% 증가했다.

BNK저축은행은 1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285.19%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하나저축은행도 61.63% 늘어난 65억3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NH저축은행은 1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37.78%의 성장률을 보였다.

5개 저축은행의 평균 순익 증가율은 129.08%에 달한다. 금융그룹은 아니지만 이들과 유사하게 은행의 계열사로 있는 IBK저축은행도 순익이 45억원에서 68억원으로 증가했다. 6개 저축은행의 순익 증가율은 116.09%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신한저축은행의 3분기 자기자본이익율(ROE)은 17.22%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2%포인트 상승했으며 KB저축은행도 3.38%에서 7.28%로 올랐다. 하나저축은행과 NH저축은행, BNK저축은행 등도 각각 2.07%포인트, 1.77%포인트, 5.93%포인트 개선됐다.

KB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자산건전성도 개선됐다. 신한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3분기 3.79%에서 올 3분기 2.61%로 1.18%포인트가 낮아졌으며, 하나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4.56%에서 2.45%로 2.11%포인트 하락했다. NH저축은행과 BNK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각각 0.06%포인트, 0.27%포인트씩 낮아졌다.

이들 저축은행의 성장은 한국은행의 완화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1.75%에서 1.25%로 낮췄다. 1.25%는 역대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예·적금 상품을 찾아 일부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저축은행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수신액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新)예대율 규제 대비 차원에서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부동산 경기 호황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올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 자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저축은행권의 가계대출도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분기 저축은행권의 총 대출금은 62조6000만원으로 지난해 말(59조2000만원)에 비해 3조4000만원 늘어났다. 이 중 신용대출 증가액은 2조7000만원이며, 증가율은 24%다. 추가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정부가 확대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한 금융그룹 내 관계자는 “아직 저축은행의 수익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다만 현재와 같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경우 그룹 내 입지가 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은행과 보험, 카드 등 모든 업권이 내년에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저축은행의 성장이 그룹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