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은 대형 증권사에 그쳐···미래에셋이 주도 중
중국·홍콩 진출 집중으로 지역적 리스크 발생 시 수익 구조 휘청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증권사들이 해외 진출에서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현재 증권업계의 해외 진출은 특정 증권사에 한정돼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법인 설립 등은 지난 2~3년간 제자리 수준이다. 진출한 국가도 중국·홍콩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미·중 무역전쟁, 홍콩 시위 등이 발생하면 수익이 떨어지는 지역적 리스크도 큰 상황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국내 6개 대형 증권사가 올 상반기까지 운영하고 있는 해외 현지 법인 및 사무소는 총 49개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년 전보다 4개 늘어나 증가폭이 크지 않다. 

◇대형 증권사가 주도하는 해외 진출···미래에셋이 전체 수익의 63% 차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대형 증권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마저도 미래에셋대우가 전체 해외 진출 실적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총 14개다. 이들은 64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6개 대형 증권사의 해외 법인 규모가 전체의 77%를 차지하는 것이다. 중소 증권사들은 대부분 1~2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어 수익 측면에서 힘을 쓰기 어렵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에서도 실적이 돋보이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해외 부문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이뤄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3분기까지 해외 법인 누적 세전 순이익만 12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실적(845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해외 현지 법인 당기순이익은 증권사 전체 해외 순익(1351억원)의 62.5%를 차지했다. 증권사의 해외 수익 규모가 확대된 것은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수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올해에는 전체 해외 수익에서 미래에셋대우의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 홍콩 법인은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마오얀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주관사로 참여했고, 항공기 매각 및 인수금융 등도 다수 유치하며 수익을 올렸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법인은 로컬 브로커지 성장을 통해 분기 중 최고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현황. / 도표=금융감독원

◇중국·홍콩에 집중된 해외 법인···지역적 리스크 산재

증권업계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지 않는 가운데 진출한 국가도 일부 국가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일어난 홍콩 시위 장기화와 같은 지역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수익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가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중국(해외 법인 14개)이다. 이어 홍콩 9개, 인도네시아 8개, 베트남 7개, 싱가포르 3개 순이다. 아시아에만 총 48개가 운영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홍콩·베트남 등에서 국내 증권사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중국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돼 130백만 달러 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올해에도 국내 증권사의 중국 법인에선 손실이 발생했다. NH투자증권의 중국 법인인 북경NH투자자문에서는 3분기 말 6억410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진우(북경)투자자문유한공사는 3억4100만원의 순손실을 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로 홍콩 법인의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악재 속에서 해외 진출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해외 법인을 포함한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를 혀용하기로 하면서 해외 계열사 대출이 가능해졌다”며 “해외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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