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2014년 현 권영수 LG 부회장 서명한 부제소 약속 어겨” 비난
LG화학 “당시 합의한 韓 특허 아닌 별개의 美 특허” 일축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이 어느 쪽의 승리로 귀결될 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향후 결과에 따라 한 쪽은 전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특허 침해라는 낙인이 찍혀 판로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끝을 보겠다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29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과거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뒤 추가로 국내외에서 제소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특허까지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26일(현지시간)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및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배터리 특허침해 추가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기업 간 정정당당하고 협력적인 경쟁을 통한 선순환 창출이라는 국민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소송 남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송을 당한 뒤 반복적이고 명확하게 밝혀 온 바와 같이 모든 법적인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등의 소장을 예로 들며 LG화학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가운데, SRS®(안전성 강화 분리막) 원천개념특허로 제시한 US 7,662,517은 LG화학이 2011년 특허침해를 주장했다가 패소했던 특허 KR 775,310과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KR 775,310 특허를 대상으로 2011년 12월에 제기해 2014년 10월 합의까지 진행된 특허권침해금지와 특허무효주장 등 모든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당시 LG의 합의 제안에 대해 SK는 대승적인 협력자라는 관점에서 합의해준 바 있다”면서 “그런데 특허법원과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에서 패소한 그 특허를 갖고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양사의 소송은 외국경쟁사들에 엄청난 기회가 됐고, 당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LG화학이 합의를 제안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의에 응했다”며 “이 합의서 합의조항 4항에 따라 양사는 향후 10년간 대상 특허와 관련해 특허침해 금지, 손해배상 청구, 특허 무효 주장 등 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합의서에 서명한 시점은 2014년 10월이다. 서명 당시 양측 당사자는 김홍대 SK이노베이션 NBD총괄(현 퇴임)과 권영수 LG화학 대표이사(현 (주)LG 부회장)였다.
SK이노베이션은 “양사 간 합의 정신에 입각한 신의성실 원칙을 준수하고, 합의 당사자인 LG화학의 당시 대표이사가 현 ㈜LG의 권영수 부회장인 점을 감안해 합의서 자체는 이번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LG화학의 부당한 소송제기와 여론전에 따라 앞으로 공개를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보도자료가 발표된 직후 반박자료를 내놓고 맞불을 놨다.
LG화학은 “당사가 이번에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과거 한국에서 걸었던 특허와 권리 범위부터가 다른 별개의 특허”라며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합의서상 대상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라며 "실제로 이번에 제소한 미국 특허의 경우 ITC에서 ATL이라는 유명 전지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소송에서도 사용돼 라이센스 계약 등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특허”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또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면서 “당사는 한국 및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SRS®기술과 관련해 8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는 등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에둘러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