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내년 ODM 확대해 적자 감축 전망
중가형 모델 수익성 2%대 하락··· 내년 ODM 비중 최대 30% 확대 전망도

LG전자 인도 전략 모델 W10 / 자료=LG전자 홈페이지 캡처
LG전자 인도 전략 모델 W10 / 자료=LG전자 홈페이지 캡처

스마트폰시장의 역성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내년부터 외주 생산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LG전자 MC사업부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개발방식(ODM) 물량의 비중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스마트폰 고사양 경쟁이 예고되면서 삼성과 LG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절감 시도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내년에 초저가형 모델을 중심으로 ODM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6월 출시한 인도 전략용 모델 W10·W30·W30 프로 등의 ODM 생산을 중국 업체에 맡긴 바 있다. W시리즈는 10만원대 초저가형 모델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특화 모델로 개발됐다. W시리즈의 올해 목표 판매량은 약 100만대 수준이나, 따라서 내년을 기점으로 외주 방식으로 생산되는 초저가형 모델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력 조정이 동반되는 국내 공장 이전과 비교하면 협력사 교체는 회사 차원에서 훨씬 손쉬운 원가 절감 방법일 것”이라며 “이미 국내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상황에서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방안”이라고 내다봤다.

ODM은 제품의 개발, 설계, 부품 수급까지 제조사에서 책임지고 생산하는 방식이다. 상표에만 주문자 브랜드 이름이 붙는다. 원청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등 제조비용을 아껴 가격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시장은 LG전자가 베트남 공장 통합 이전을 끝내고 내년부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 ODM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해 LG전자의 ODM 비중이 30% 수준에서 올해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23일 보고서를 통해 LG전자 MC사업부가 원가 절감을 위해 올해 ODM 비중을 25% 수준에서 내년 40%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LG전자가 구조조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공급망 정리에 나서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장기적으로 ODM 확대 전략을 검토할 수밖에 없어 내년부터 ODM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LG전자는 최근 2년간 MC사업부의 인력 규모를 줄여온 데 이어 올 상반기엔 평택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 캠퍼스로 통합 이전하는 등 강도 높은 조직 슬림화 작업에 나섰다. 올 2분기 베트남 공장 이전 비용이 반영되면서 LG전자 MC사업부는 3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기준 누적 적자는 5165억원 수준이다. 신제품 판매 실적은 좋았지만 시장 경쟁에 따른 마케팅비용 역시 적자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스마트폰 업황이 악화하면서 LG전자는 물론, 그동안 자체 생산을 고수해 왔던 삼성전자 역시 ODM 물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에 비해 31.3% 감소한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갤럭시A 시리즈 등 중가형 모델에까지 최고 사양 부품을 탑재했지만 단말 가격을 올리기 여의치 않은 탓에 수익성이 급락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갤럭시A 시리즈 등 중가형 모델의 경우 마진율이 2~3%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지문인식, 카메라 등 제품 스펙이 올라가고 메모리 가격도 소폭 반등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내년 이후 A시리즈 역시 수익성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품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10% 수준인 ODM 생산을 내년엔 최대 30%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며 부품업계가 입을 타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말 중국 시장에 출시된 갤럭시A6s는 중국 윙텍이 ODM 생산을 맡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내년도 생산 전략을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수익성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가 ODM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폰 제품 사양은 점점 높아지는데 가격은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ODM 물량 확대는 수익성 회복 차원에서 필연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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