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시행 반년도 안 남은 가운데 대응책 찾기 분주···조선·정유업계는 ‘미소’
산성비 유발물질인 ‘황산화물(SOx)’의 배출을 막기 위해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종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IMO 2020’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에 따라 직접적 규제 당사자인 해운업계와 선주들에게 선박을 제작·공급하는 조선업계, 수혜가 점쳐지는 정유업계 등 각 업계마다 서로 다른 셈법과 규제 대응책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 규제는 174개 IMO 회원국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 선박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정도로 좁혀진다. 연료를 교체하거나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다는 방식이다. 연료 교체의 경우 저유황유냐 액화천연가스(LPG)냐로 또다시 선택지가 나뉜다. 다만 LPG를 택할 경우 기존 추진설비 및 연료저장탱크 등을 교체해야 한다.
자연히 선주들 입장에선 어떤 선택지가 가장 효율적인지를 놓고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장기적으로 어떤 방법이 가장 큰 폭의 비용 절감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를 따져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체적으로 내년 1월 1일에 맞춰 선택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 방법론의 장단점이 확실한 만큼 이번 선택지가 확정된 답안은 아니라고 조선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저유황유를 사용하게 되면 별도의 설비비가 들지 않는다. 다만 기존 선박연료보다 가격이 비싸다. LPG 선박의 경우 교체에 따른 비용 소모가 크기 때문에, 신규 선박을 LPG선으로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크러버를 설치하게 될 경우 장비 또는 연료의 교체가 없어도 된다. 다만 설치비가 대당 700만 달러(약 80억원)로 고액이다.
업체들은 각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나름의 셈법에 맞게 방법을 강구했다. 국내 주요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스크러버를 택한 해운업체 비율이 다소 높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취합할 수 있는 선주들의 니즈는 스크러버 설치 또는 LPG 추진설비 교체 등인데 둘만 놓고 봤을 때, 스크러버가 저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부연했다.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해운사인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업체 관계자는 “기존 선박들에 스크러버 설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면서 “적어도 내년 말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스크러버의 높이는 5층짜리 일반 건물 수준이다. 대규모 설비이기 때문에 수많은 선박에 단기간에 설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첨언이었다.
저유황유의 수요 또한 커지게 된다. 정유업계엔 상당한 호재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산한 1일 선박유 시장은 440만 배럴이다. 고유황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80% 수준인데, 높은 가격의 저유황유 비중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정유업계의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IEA는 내년부터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저유황유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저유황유의 황 함유량은 0.1% 수준인데, 고유황유보다 40~50% 비싸다”며 “규제 이후엔 저유황유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 시사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들의 정제설비 고도화율이 높기 때문에 더욱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정제 마진 등의 하락으로 수익성에서 악화일로를 걸었던 정유업계에 대해 증권가에서도 하반기부터 속속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하며 IMO 2020 규제를 그 예시로 들었다.
한편, 부담 또는 호재로 작용하게 될 IMO 2020을 두고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해당 규제를 연기시키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기도 했는데, IMO가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예정대로 규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