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투자자 해외 주식 순매수 급증
해외 변수에 시달린 코스피 성장률, G20 중 18위
국내 증시 하반기 반등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 주식으로 투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외풍에 크게 휘둘리면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에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하반기엔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상반기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 전년 하반기比 460%↑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화 주식 매수 금액은 96억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29.6% 늘어났다. 특히 순매수 금액은 11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크게 늘어나 462.4% 증가했다.
외화 채권 매수액도 증가했다. 올 상반기 외화 채권 순매수 금액은 65억3900만 달러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36.7% 증가했다. 채권 매수액은 유로시장(294억6400만달러)이 가장 컸고 미국(66억3100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해외 주식 중에서는 미국이 인기를 끌었다. 1분기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9억9500만 달러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284.2% 증가했다. 종목별로 보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대형주에 주로 투자했다. 결제대금 순위를 보면 아마존(9억7000만달러)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다. 마이크로소프트(3위)·알파벳(구글의 모회사, 4위)·엔비디아(7위)·애플(8위) 등 미국 기업들이 투자 상위 기업 10개 중 9개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도 미국 증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을 줄이기보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이후의 상승장 수혜를 기다리며 비중을 확보하는 전략을 제시한다”며 “미국 주식시장은 협상 타결 이후에도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고 수익률 최상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증가, 국내 주식 하락이 원인···반등 가능할까?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올해 국내 증시 성장률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부진했기 때문이다. 또 미·중 무역전쟁 등의 외풍에 증시가 흔들리면서 하락 압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표 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평균 13.4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39% 오르는 데 그쳤다. 전체 국가 중 18위로, 한국보다 상승률이 낮은 국가는 멕시코(4.03%), 인도네시아(2.55%) 두 국가뿐이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 셧다운(부분 폐쇄) 등의 여파로 인해 2040선까지 하락한 코스피는 이후 5월 들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코스피는 2100선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최근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면서 7월 들어 연일 하락 마감하며 2100선 아래로 내려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국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최악의 실적 상황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실적 개선의 정도와 무관하게 주가는 선행적으로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계속된 교역환경 악화, 금리 인상의 스트레스, 이익 모멘텀 악화 등 현재 금융시장에 잠재해 있던 모든 악재를 유독 한국 증시만 반영시켜 왔다”며 “외국인의 태도가 국내 증시에 유리한 쪽으로 바뀐다면 예상치 않은 랠리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