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국 “신규약국은 도매 낀 면대 추정···면대 지적에도 작년 내용증명 후 무대응”
신규 약국 “면대 주장 사실 아냐, 경영난으로 폐업···특정약국 지정 없어 명예훼손 적용 불가”

강동경희대병원 기존약국이 신규약국에 대해 면허대여약국 의혹을 제기한 문구. / 사진=시사저널e
강동경희대병원 기존약국이 신규약국에 대해 면허대여약국 의혹을 제기한 문구. / 사진=시사저널e

지난해 9월 문을 연 강동경희대병원 문전약국 3곳 중 2곳이 폐업했다. 문전약국 3곳의 오픈 전 터를 잡았던 기존 약국이 면허대여 논란을 제기하는 등 병원 환자들 처방전을 놓고 약국 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4일 강동경희대병원 인근 약국가에 따르면, 병원 정문 건너편에 위치한 지난해 8월 완공된 신축건물 1층에 문전약국 3곳이 나란히 들어섰다. 이중 한 곳인 D약국의 경우 기존 이모 약사에 이어 지난 3일자로 개설약사가 교체됐다. 정확히는 기존 이모 약사가 개설한 D약국이 폐업했고, 다른 약사가 개설한 D약국이 개업한 것이다. 약국 명칭은 유지됐다. 앞서 신규 약국 중 한 곳인 C약국 역시 오픈 수개월여 만에 개설약사가 교체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영업한 문전약국 3곳 중 2곳이 연이어 폐업하며 일대 약국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규약국 3곳이 주목 받았던 것은 오픈 전부터 면대, 즉 면허대여약국이라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미 신규약국 오픈 전부터 기존 약국이 현수막을 내걸고, 이에 반발한 약국 3곳이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소송 직전까지 갔다는 주변 약국가 전언이다. 당시 내용증명의 골자는 면대약국을 거론한 현수막을 제거하지 않으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초 강동경희대병원 인근에는 A약국과 B약국, F약국 등 3곳의 약국만이 영업하고 있었다. 문제는 병원 정문 바로 건너편에 소재한 주유소가 헐리고 신축건물이 세워지면서 논란과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인근 약국가 모습. / 사진=시사저널e
강동경희대병원 인근 약국가 모습. / 사진=시사저널e

특히 기존 약국 중 부부약사가 운영하는 A약국과 B약국 두 곳이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약국이 입주해 있는 건물 벽에 ‘청와대 청원 면대약국 철거’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거는 등 지난해 설립된 3곳 문전약국이 사실상 면대약국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모 도매업소가 포함된 전국면대조직이 설립한 약국이라는 것이다. 면대 종류도 달랐다는 것이 주변 약국 주장이다. C약국은 주변의 또 다른 약국이 대학 후배를 내세워 만들었고, D약국과 E약국은 면대조직이 설립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3곳의 약국은 공동으로 부부약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자문 변호사가 이들을 찾아가 만나는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보였다. 결국 부부약사는 현수막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선에서 양보했다.

하지만 부부약사는 약국 3곳이 향후 대응을 하지 않음에 따라 현수막 문구 내용을 다시 강화했다. 현재는 ‘불법 면허대여약국 절대 가지 마시고 이쪽으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문구를 넣어놓은 상태다. 자그마한 입간판으로도 ‘새로 생긴 불법약국 유죄판결 철거진행’의 문구를 넣어 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설립 4개월 만에 C약국은 폐업했고, 약국체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약국이 들어섰다. 약국 명칭도 변경됐다. 이에 현재는 면대가 아닌 것으로 주변약국은 파악하고 있다. 

주변약국에 따르면 C약국과 D약국은 면대 종류는 달랐지만, 1년을 못 채우고 철수한 점은 동일하다. 이처럼 지난해 9월 설립 당시를 기준으로 3곳 약국이 면대라는 주장을 부부약사가 제기한 데에는 일정 근거가 있었다.

강동경희대병원 약국가에 있는 입간판 모습. / 사진=시사저널e
강동경희대병원 약국가에 있는 입간판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우선 지난해 신규 약국 개설 직전 현수막 내용에 대해 약국 3곳이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변호사가 방문했지만 그 이후에는 대응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내용증명을 받은 직후에는 일단 문구 내용을 완화한 다음 현재 문구로 변경했는데 별다른 반응이나 대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신규약국들의 침묵은 결국 스스로 면대약국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특정 도매업소로부터 이전 D약국과 E약국이 지속적으로 의약품을 제공 받는 것도 면대약국으로 판단하는 주요 근거라는 주장이다. 이 특정 도매는 특정대학 약대를 졸업한 모 약사 동문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주로 전국 면대약국들을 위주로 의약품을 납품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전 D약국과 E약국은 인테리어가 동일하며,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점 등도 일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도 최근 2주 동안 며칠씩 강동경희대병원 인근을 다녔는데, 오후 6시 30분을 전후로 다른 약국들에 비해 약국 문을 일찍 닫은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주변 약국 주장에 대해 해당 약국들은 사실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우선 D약국의 이전 이모 개설약사는 “당초 처방전 300장 정도 이야기를 듣고 약국을 개설했다가 이에 못 미치는 처방전 개수와 의약품 매출로 9개월 여만에 약국을 넘긴 것”이라고 약국 매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 약사는 “약국이 바쁘고 대응할 시간도 부족해 부부약사의 면대약국 주장을 방치했다”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인근 약국가 모습. / 사진=시사저널e
강동경희대병원 인근 약국가 모습. / 사진=시사저널e

E약국 정모 개설약사는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약국 입장을 설명했다. 정 약사는 “당초 있었던 주유소 사장과 부부약사는 사이가 안 좋았다”며 “중간 부동산업체 제의로 주유소가 헐리고 신축건물이 지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약사는 “신규 약국 3곳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경영상 힘이 든다”면서 “이같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부부약사는 도매업소를 낀 면대약국이라는 심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약사는 핵심인 면대약국 지적에 대해 “면대약국이라고 주장하는 문구는 특정약국을 지정하지 않아 명예훼손을 적용시킬 수 없다는 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약사는 “부부약사는 기존 강동경희대병원 인근에서 영업을 해왔고 10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약업계 선배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도의적으로 인내하는 상황”이라면서 “논리적으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이며,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기존 약국들은 단골이 있지만 지난해 문을 연 약국은 그렇지 못해 우리 약국은 일찍 문을 닫는 것”이라며 “퇴근 후 할 일도 많고 처방전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약국들에 비해 일찍 철수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변약국 약사는 “서울의 문전약국 상황 상 수십억원을 개설과 경영에 올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픈 9개월 만에 약국을 매각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며 “이처럼 빠른 시간에 매각한다는 것이 바로 면대약국이라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한편 강동구약사회 관계자는 “강동경희대병원 문전약국 상황은 잘 알고 있다”면서 “정식으로 서울시약사회나 구약사회에 민원 등이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또 D약국의 새로운 개설약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동구약사회는 강동구보건소로부터 내용을 통보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동구보건소는 개설약사 이름은 개인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기자가 직접 4일 오전 D약국에서 드링크를 구입했지만, 영수증에는 이전 이모 약사 이름만 적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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