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장관 의중 관심, 기조실장 무게중심은 강도태···의외 결과도 배제 못해
최근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이 공석이 됨에 따라 이를 채우는 실장급 인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로선 안갯속인 상황에서 배병준 사회복지정책실장과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행정고시 기수순) 거취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차관급 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며 복지부 차관에 김강립 복지부 기조실장을 승진 임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다음날인 24일 박민수 정책기획관을 기조실장 직무대리로 발령냈다. 당분간 박 정책관이 기조실장 업무를 대행한다는 의미다. 당장 복지부 관심은 공석인 기조실장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배병준 실장이다. 행시 32회 출신인 배 실장은 1965년생이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 심인고와 고려대 사회학과(84학번)를 졸업했다. 복지부에서 사회서비스정책관과 사회정책선진화기획관, 주영국 대사관 공사참사관, 보건산업정책국장, 복지정책관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실장급으로 승진한 후 현재 보직에서 활동해왔다. 영국에서 귀국한 후 서울 강남에서 충북 오송으로 이사했던 배 실장은 각각 고대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둘이 있다. 병역은 방위로 마쳤다.
현재 배 실장 의중에 대해서도 두 가지 관측이 확산된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오는 8월 경 사퇴가 예상되는 민형배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 후임자를 희망한다는 관측이다. 배 실장 밑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복지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곳곳에 네트워크를 구축한 그가 청와대 입성을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가 입성한다면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복지부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배 실장을 휘하에 두고 일을 시켜봤던 복지부 출신 원로는 “그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며 “그의 능력이 잘 발휘되는 자리는 보건의료실장”이라고 언급했다.
배 실장의 장점은 적지 않다. 지난 2016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할 당시 수백페이지 분량 논문과 보고서를 며칠 만에 작성할 정도로 학식과 식견을 갖추고 있다. 복지부 에이스로 선발돼 영국 파견 근무를 갈 정도로 능력과 실력을 인정 받은 인물이다.
현실적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산업정책국장에서 갑작스럽게 산업통상자원부로 전출돼 변방으로 밀려났던 경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파견 가능성 등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요소다. 같이 근무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자주 밥을 사주고 승진도 챙겨주는 등 인성도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행시 후배인 김 차관(33회) 승진이 그에게 부담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복지부 등 정부중앙부처에서는 후배가 승진하면 선배가 용퇴하는 것이 불문율로 통한다. 청와대 파견설이 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서기관은 “배 실장이 김 차관에게 과도한 경쟁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1965년생 동갑에 같은 84학번이다. 김 차관은 연대 사회학과, 배 실장은 고대 출신이다.
강도태 실장은 공식적으로는 1970년생이다. 하지만 1967년생들과 학교를 함께 다니며 1986년 고대 무역학과에 입학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면목고를 졸업했다. 행시 35회로 관가에 입문한 그는 복지부에서 사회정책선진화기획관과 복지행정지원관, 건강보험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관을 거쳐 지난 2017년 9월 실장급으로 승진하며 보건의료실장을 맡았다.
그는 특별한 약속이나 행사가 없으면 밤 늦게까지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며 정책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부하 직원 지적을 수렴한 그가 사무실이 아닌 세종시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공부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에 대한 평판이 더 올라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배 실장의 고대 2년 후배인 강 실장은 그와 친분이 돈독한 사이다. 사실상 배 실장이 유배를 갔던 서울대 의대 근무 시절에도 자주 회동했다.
청와대 파견설이 확산되는 배 실장에 비해 강 실장의 경우 공석인 기조실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현재 3명 복지부 실장 중 가장 먼저 실장급으로 승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수년전 복지부를 퇴직한 인사는 “강 실장은 차분하고 세심한데 기조실장은 다른 실장들과 달리 국회 등 대외업무를 주로 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석인 기조실장 임명에는 복지부 직원들을 파악한 박능후 장관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직원들을 잘 모르는 부임 초기라면 차관에게 일정 부분 의지했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실장급 인사와 관련, 확실하게 뚜렷한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며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