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 못지않게 국민들 여론 악화시켜···신중하게 세금 쓰고 관리하는 모습 보여야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공짜 점심은 없다’는 문구는 지겹도록 인용된다. 쉽게 말해 당장 보면 공짜 점심 같지만 알게 모르게 결국 다른 형태로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이 말이 맞느냐 틀리냐를 놓고 논쟁들을 벌이기도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꼭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버스논란 사안에 한해선 확실히 공짜 점심은 없는 것 같다. 지난 1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버스요금 200원 인상은 서민입장에선 큰 것이라며 “요금인상 없이 적절한 임금 인상으로 파업을 막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버스노사 협상 타결에 대해 평가했다. 요금인상이 없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결국 그만큼 추가재정 투입이 불가피 하게 됐다.

서울시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쉽게 설명하면 버스회사 적자를 서울시 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이다. 결국 요금인상은 피했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늘어날 버스회사 손실에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소리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게 이 사례에선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요금인상보다 혈세투입을 선호할까. 버스 논란과 관련한 미혼의 회사원 김씨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서울시 소재 IT(정보기술)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씨는 내일을 위해 열심히 저축하며 사는 성실한 사회인이다. 절약한다며 옷 몇 벌로 한 해 내내 보내 동료들에게 겨울에 춥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그런 김씨가 버스요금 200원 인상을 하지 않게 된 대신 혈세가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소식에 크게 분노했다. 예상과 반대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나도 매일 버스 없인 못살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인상 한다고 하면 기꺼이 내겠다. 그 돈은 어쨌든 내가 버스를 타는데 정확히 쓰일 돈이고 마음에 안 들면 지하철을 타면 되니까. 그런데 세금은 그게 아니지 않나. 나는 계속 세금을 내고 있는데 그 돈이 정작 세금을 내는 나를 위해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

재벌들 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에게도 세금 문제는 상당히 민감하다. 김씨가 200원을 더 내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한 것은 적어도 자신이 돈을 더 내고 탈지, 지하철을 탈지 결정을 할 수 있고 혹시 200원을 더 내고 타더라도 자신을 위한 결정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세금은 투입하려고 존재하지, 쟁여놓으려고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투입하는 것이 맞지만 세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할 때 정부는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환승혜택 등이 적용되는 버스요금에 어느 정도 혈세투입은 불가피하다. 허나 그렇더라도 그냥 투입을 할 것이 아니라, 그 투입된 세금이 어떻게 버스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나아가 질 좋은 버스서비스로 이어지는지 끝까지 관리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금투 입에 대한 불만은 결국 또 정부여당으로 간다. 야당이 ‘혈세투입’을 내세워 공세를 펼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세상에 공짜 세금투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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