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직 안겨다 준 태양광사업, 미·중 외부 악재로 실적 급락···“태양광 둘러싼 친환경 논란, 장기적 악재로 부상할 가능성도”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취임 5년차를 맞은 김창범 부회장이 꺼내든 올해 사업계획이 다른 경쟁업체들과 다소 온도차를 보이며 우려를 낳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4년 12월 대표직에 중용됐으며, 2017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승연 회장이 부재 중인 한화그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가운데, 김 부회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각각 화학·금융 분야를 책임지는 체제를 갖춘 상황이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화학업계는 최근 기존 사업을 특화·개선하고 새로운 신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수년간 호황을 맞았던 화학업계가 불황으로 진입하는 사이클 변화를 앞뒀다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사업개편을 통해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자동차·IT(정보기술)·산업소재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마중물을 부었다. SK이노베이션도 소재시장 선점을 목표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분사해 별도 육성할 계획이며, 롯데케미칼의 경우 ‘수소저장탱크’ 관련 기반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예고한 상태다.

반면, 한화케미칼의 경우 다소 다른 행보를 예고한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창범 부회장이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언급하면서도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극대화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총을 통해 임기가 1년 연장 된 까닭에 이 같은 발언은 더욱 주목됐다.

이를 놓고 김 부회장의 그간 행보를 감안, 사실 상 올해도 다각화 대신 태양광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실제 주총 직후 “기술·경쟁력 면에서 태양광 셀·모듈 글로벌 1위는 한화큐셀이다”고 기자들 앞에서 언급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어 이 같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역시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고 평한다. 다만 태양광 업황에 대해선 다소 우려를 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연결기준 9조4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35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2%, 53.2% 하락한 수치다. 김 부회장이 대표직을 맡은 뒤 가장 큰 낙폭을 보이며 실적이 뒷걸음질 친 셈이다. 특히, 태양광 부문의 하락세가 뼈아팠다.

한화케미칼은 100% 자회사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지난해 11월 한화첨단소재가 한화큐셀코리아를 흡수합병하면서 새롭게 변경한 사명이다.

실제 최근 3년 간 태양광 부문의 실적을 보면 꾸준히 내리막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2조7483억원의 매출고를 올려 한화케미칼 전체 매출의 24.99%를 차지했던 태양광 부문은 2017년 2조2169억원으로 20.30%로 비중이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1조6609억원에 그쳐 15.42%를 기록했다. 불과 2년 만에 매출비중이 9.57%포인트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관련 산업에 대해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되고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일각에선 중국이 태양광 관련 보조금을 재차 늘릴 것으로 예측하며 한화케미칼의 실적 개선을 점쳤으나, 또 다른 한편에선 올해도 태양광 관련 사업이 큰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미국공장 가동효과와 단결정 모듈 생산비중 확대에 따라 태양광 사업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SK증권 손지우 연구원은 “태양광사업이 폴리실리콘 대비 모듈 시황이 양호하긴 했지만 큰 이익 기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증권가마저 엇갈린 평가를 내놓을 정도로 태양광사업이 불투명한 전망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태양광사업을 둘러싼 친환경 논란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반 가정의 소형패널 등과 달리 한화케미칼 등에 큰 수익을 안기는 태양광발전소 사업이 오히려 자연을 해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서도 최근 태양광사업의 자연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문제”라며 “점차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태양광의 경우 발전소보단 도심의 일부 유휴부지를 활용하거나, 가정마다 소규모 발전설비를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화케미칼의 문제는 당장의 업황보다 장기적으로 태양광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자칫 그간 태양광에 다소 ‘올인’ 해 온 행보를 보여 온 김창범 부회장에게도 향후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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