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다음주 맥주 신제품 출시 예고
지난 5년간 맥주 사업 부문 영업손실 지속···반전 돌파구 마련

하이트진로가 새 맥주를 내놓는다. 이름은 아직 모른다. 다만 최근 맥주 시장에서 부침을 겪는 하이트진로가 자사 클래식 맥주 '하이트'와 같은 볼륨 모델로 새 맥주를 키울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비교적 최근 출시한 발포주 브랜드인 필라이트가 성공을 거둔 것도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출시에 자신감을 실어준 듯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맥주 신제품을 내놓는다. 현재 하이트진로가 갖고 있는 국산 레귤러 맥주는 가장 유명한 하이트, 드라이피니시d, 맥스, 스타우트 등이다. 이중 가장 최근 출시한 모델이 2010년 나온 드라이피니시d다. 다만 존재감은 후배격인 '저렴이 맥주' 필라이트에 뒤진다. 

하이트진로가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명확하다. 맥주 시장에서 한 마디로 죽쑤고 있어서다. 하이트진로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20%대 중후반이다. 국산맥주로는 40~50%대 점유율을 보이는 카스에,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는 수입맥주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만 봐서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로서 맥주 시장에서의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년간 맥주 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동기간 8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소주부문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132억원이었던 맥주 영업이익은 2012년 575억원, 2013년 477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하다가 2014년부터 적자전환하며 △2014년 -225억원 △2015년 -39억원 △2016년 -216억원 △2017년 -289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간 국내 맥주시장은 수입맥주가 이끌었다. 최근 수입맥주가 30% 이상씩 성장하던 시기에 국산맥주 판매량은 마이너스를 찍었다. 4캔에 1만원 프로모션을 앞세운 수입맥주 공세를 국산 맥주들이 따라잡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국내 맥주 회사들도 수입맥주 라인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현재 싱하, 기린, 크로넨버그1664 블랑, 포엑스골드(기린이 인수한 호주맥주) 등 4개 브랜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수입맥주의 하이트진로 전체 맥주 매출 비중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자릿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이날 하이트진로는 자사가 판매하는 수입맥주인 '크로넨버그1664 블랑'이 누적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고도 알려왔다. 2013년 국내 판매를 시작한 1664블랑은 매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며 6년간 평균 300% 이상 성장해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맥주 회사에게 수입 맥주가 효자가 되어주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반전의 마중물은 있다. 주류의 종량세 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국내 주세법은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가 기준인데, 이같은 기준이 종량제(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로 바뀌면, 도수가 비교적 낮은 맥주에 붙는 세금이 종전보다 떨어져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그간 국산 맥주가 제조원가에 이윤, 판매관리비 등을 더한 데에 세금까지 붙는 바람에, 저렴한 수입가에 세금이 붙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입맥주를 가격 면에서 이길 수 없었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분위기를 타고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맥주가 필라이트에 이어 연속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다만 "먹던 걸 먹는" 보수적인 주류 시장 속에서 새 맥주가 얼마나 약진할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다. 롯데주류 역시 지난 2017년 야심차게 내놓은 두번째 맥주 '피츠'가 아직도 시장점유율 5%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츠 출시 당시 롯데는 클라우드와 함께 시장점유율 15%를 목표했지만 아직까지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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