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호실적 및 은행 통합 성과로 연임 유력
채용비리 혐의 등은 변수

함영주 하나은행장. / 사진=하나은행
함영주 하나은행장. / 사진=하나은행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최근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 내부적으로는 함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잘 이끈 점과 최근 몇 해에 걸쳐 높은 호실적을 기록한 점 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하나은행 노조의 연임 반대도 향후 해결 과제다.

하나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번주 안으로 함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추위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된다. 임추위가 복수의 행장 후보를 추천하면 하나은행은 심의 후 최종 후보자를 결정해 오는 3월 말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미 임추위는 지난 설 연휴 직후 차기 은행장 후보 롱 리스트를 만들었다. 해당 리스트에는 함 행장을 포함해 황효상 부행장과 권길주 부행장, 지성규 부행장, 강성묵 부행장 등 은행 부행장 대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를 비롯한 계열사 대표 몇몇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호실적 및 은행 통합 성과···함 행장 연임 유력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함 행장의 연임 성공이다. 이미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함 행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된 이후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은 바 있다. 첫 임기 동안 함 행장은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을 합치고 통합 노동조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통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2월 연임에 성공했다. 

함 행장은 취임 후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다는 점에서 연임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7년 2조1122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도 2조92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 대비  0.5%(107억원) 감소했지만 이는 전년도 일회성 이익인 SK하이닉스 주식매각(2790억원)에 따른 기저효과다. 이자이익(5조 2972억원)과 수수료이익(8384억원)을 합한 은행의 핵심이익은 6조1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2%(5179억원) 증가해 통합은행 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자산건전성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연체율은 전년말 대비 4bp 개선된 0.25%로 통합은행 출범 후 최저수준을 기록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전년말 대비 21bp 개선된 0.52%로 통합은행 출범 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하나은행의 숙원 과제 중 하나였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통합은행 출범 3년 4개월만에 이뤄냈다. 당시 하나은행 노사는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안과 2018년 임금단체협약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채용비리 혐의 변수 등 넘어야

문제는 함 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함 행장은 2015~16년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전형별 불합격자들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아울러 2015~16년 신입 채용에서 남녀 비율을 4대 1로 미리 정해놓고 직원을 뽑은 혐의(남녀고용평등법)도 있다. 현재 은행법은 금고 이상 실형(금융법 위반의 경우는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5년간 금융기관 임원이 될 수 없다.  

아울러 불구속 상태에서는 행장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재판부가 구속 결정을 내린다면 이 또한 행장직 수행에 큰 걸림돌이 된다. 검찰은 지난해 5월 함 행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특히 최근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KB국민은행의 전·현직 임직원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등 채용비리와 관련한 법원의 엄벌 의지가 강해지고 있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여기에 25일 하나은행 노조는 함 행장의 연임 반대를 공식화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이날 ‘KEB하나은행 미래를 위해 함영주 행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채용 비리 혐의로 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실추시키는 도덕적 결함을 지닌 함 행장은 더 이상 은행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작년 시중은행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하나은행의 최근 호실적도 함 행장의 경영능력이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최근 시장 조건이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들은 함 행장이 채용 비리 재판 결과에 따라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연임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 행장의 경우 지난 1월 부회장 임기를 1년 연장했다”며 “보통 은행장과 부행장을 겸직하는 관례로 봤을 때 행장 연임 가능성 역시 높은 상황이다. 다만 재판 결과에 따라 갑작스럽게 행장직을 벗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하나금융 역시 이 점을 고민중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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