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파업 시 고객 피해 따른 여론 악화 부담···조합원 '피로감' 증폭 등 복합적 요인
노사, 페이밴드 유예 안건서 이견 보여 갈등 장기화 우려
노조 “행장, 결단 내려야”···사측 “파업 철회 환영한다”

KB국민은행이 지난 8일 총파업을 단행한 당시, 서울 시내의 한 거점점포를 찾은 시민이 '상담/부재중' 안내가 표시된 창구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8일 총파업을 단행한 당시, 서울 시내의 한 거점점포를 찾은 시민이 '상담/부재중' 안내가 표시된 창구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예고했던 2차 파업을 철회했다. 파업 강행이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합원들의 노사 갈등 악화에 따른 피로감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노사가 여전히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국민은행 노사에 따르면 최근 노사는 대표자 교섭을 통해 페이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안건에서 의견 접근을 이뤄냈다. 하지만 페이밴드 적용 유예에 대해 노사 의견이 달라 나머지 안건들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게 된 상황이다. 

다만 노조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예고했던 2차 총파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의 2차 파업 철회 결정 이유에는 장기 파업 강행에 따른 고객 불편 초래는 물론, 파업에 따른 여론 악화, 은행의 경제적 손실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도 이와 관련해 “지부 임단협 타결을 앞두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1월30일~2월1일의 2차 파업 계획 철회를 지시했다. 사실상 행장의 결단만 남긴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허권 위원장의) 철회 지시 이후 국민은행 지부 집행위원회 결의로 (파업 철회가) 진행된 것”이라며 “(파업을 강행하면) 조합원의 피로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노조가 2차 파업 철회를 결정했지만 2월 말 이후로 예고한 3~5차 파업 계획은 아직 철회하지 않은 상태다.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2월 말에 파업이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에 앞서 '총파업'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에 앞서 '총파업'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재 노사 갈등은 쟁점 합의 불발로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21일 오후와 22일 오전까지 대표자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사측은 페이밴드 적용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나머지 쟁점 안건들 역시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 페이밴드 만을 쟁점으로 남겨놓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노사는 지난 18일 핵심쟁점 사안들에 대해 '‘임단협 잠정 합의서’ 초안을 마련하며 갈등 해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허인 행장과 박홍배 위원장은 이 합의서에 기초해 대표자 교섭을 진행했다. 잠정 합의서에는 노사 양측이 기존 입장의 중간 지점을 찾거나 서로가 양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노사는 전문직무직원 무기계약직 전환과 점포장 후선보임 제도에 대해서는 노사 간 기존 입장의 절충점을 찾았다. L0 전환 직원 근속연수 인정과 신입행원 페이밴드에 대해서는 L0 근속연수를 TF를 통해 논의를 지속하되 페이밴드는 적용을 유보하는 방안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 진입 시기도 절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페이밴드 적용 유보에서 사측이 문구 수정을 요청, 결국 임단협 잠정 합의사항 마련이 불발된 상태가 됐다. 노조 측은 “허 행장이 최종 결단을 내리지 못해 합의가 번복된 만큼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쟁점들에 관해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표자 교섭 내용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며 “노조의 파업 철회에 대해선 다행으로 본다. (파업이 진행되면) 고객 불편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오는 23일과 28일 각각 1, 2차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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