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노사의 영향력 지대···노사정 협의체 보여주기에 끝날 가능성도
전문가 "소통 없는 상황에서 만남 자체가 긍정적"

자동차 생산라인.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생산라인.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업계 최초로 노사정 협의체가 출범하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벌써부터 따라붙는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사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상황에서 노사정 협의체가 활동할 만한 공간이 애초에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금껏 노사정이 서로 소통할 공간이 전무했던 만큼, 토론의 장이 열렸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서로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3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처음 구성안이 나온 지 약 10개월 만이다.

노사정 협의체에 대한 필요성은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사가 서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에도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안이나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몇 년 간 자동차산업 수축이 가속화하며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성장에 기대 외면했던 문제점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산업 실적은 3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5년 463만5000여대에서 2016년 429만9000대로 7.2% 감소한 이후, 2017년 2.7%, 2018년 2.1% 생산이 감소했다. 수출에선 감소폭이 더욱 컸다. 2016년 전년 대비 11.8% 뒷걸음질 친 이후 2017년 3.5%, 2018년 3.2% 수출이 줄었다. 지난해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1.1%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수입차 판매가 12.0%나 증가한 덕분이었다.

자동차산업 침체는 지난해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로 선명히 드러났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GM 차량 판매가 국내서 부진하자 공장 문을 닫는 결정을 내렸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주력한다는 계획으로도 읽혔지만, 결국 판매 감소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업계 평가였다.

군산 공장 폐쇄는 업계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고임금-저효율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투입되는 노동력과 임금 대비 산출되는 생산량이 적다는 지적이 거셌다. 또 공장이 문을 닫자 부품업체 줄도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는 곧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고, 체질 개선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노사정 협의체는 이런 배경에서 출범했다.

그러나 노사정 협의체가 실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침체된 산업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건데,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결국 돈이 문제다. 그런데 서로 협의를 한다고 해서 서로 얼마나 양보할지 모르겠다”며 “광주형 일자리만 봐도 그렇다. 노사정이 만난다고 문제가 쉬이 해결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보여주기 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많은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한다. 현재 고임금-저효율 문제를 해결한 주요 방안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현대차 노사와 지역 노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히고설켜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광주시는 성사를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결국 상충하는 현대차와 노동계의 이해관계를 풀지 못했다.

다만 노사정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어떤 문제든 일단 소통을 해야 풀린다는 지적이다.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서강대 경영대 교수)은 “노사정 협의체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만나서 얘기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서로 협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노사정 협의체는 자동차산업의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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