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명지병원 교수 연구 결과···미세먼지의 암 진행 촉진은 전문가들도 인정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미세먼지와 관련, 암 사망률을 상승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재론되는 등 의료계에서 연일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조속히 미세먼지 악화에 기여하는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홍배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장기간의 대기 오염 노출이 암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메타 분석’ 논문을 통해 “모든 종류의 암 사망률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가 10µg/㎥씩 증가할 때마다 각각 17%, 9%씩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미세먼지는 크기가 10㎛ 이하 먼지를 지칭한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 이하를 말한다.

김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별, 지리적 영역, 조사 기간, 암 진행 단계, 조사자 수, 흡연 상태 등으로 나눠 봤을 때 초미세먼지는 모두 암 사망률과 연관이 있었다. 초미세먼지는 10단위 증가 당 폐암(14%) 외에 간암(29%), 대장암(8%), 방광암(32%), 신장암(35%)의 사망 위험을 올렸다. 상식적으로 미세먼지와 연관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되는 폐암을 제외한 암을 모아 분석한 결과, 10단위 증가 당 16%씩 사망 위험을 증가시켰다.      

암 진행 단계별로 세부 분석했을 경우 조기 암 사망률은 81%, 국소암 사망률은 47%, 전이암 사망률은 17% 상승시켜 오히려 암 진행 단계가 덜 돼 있는 경우 사망 위험을 더 증가시키는 경향을 나타냈다.   

반면, 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암 사망 위험도는 낮았다. 구체적으로 폐암(7%), 췌장암(5%), 후두암(27%)의 사망 위험을 상승시켰다. 즉 암 사망 위험도는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가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역시 조기 암 사망률은 10단위 증가 당 20%, 국소암은 12%, 전이암은 8% 사망 위험을 증가시켰다. 암 진행 단계가 덜 돼 있는 경우 사망 위험을 더 증가시키는 경향을 초미세먼지와 유사하게 보여준 것이다.     

김 교수는 실제 미국 연구 사례를 들며 미세먼지가 일반인이나 환자들에게 얼마나 안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의 Francesca Dominici 박사 연구팀은 Medicare 가입자 6092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 넘는 세월 동안 초미세먼지 10ug/㎥가 증가할 때마다 총 사망률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지를 연구했다.

조사 결과, 초미세먼지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총 사망률이 7.3% 증가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 오염 기준 아래치에 해당하는 수치(초미세먼지 12ug/㎥ 이하) 이하로 노출된 사람일지라도 총 사망률 증가는 초미세먼지 1단위 증가 당 13.6%의 총 사망률 상승을 야기시켰다. 이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인 10ug/㎥ 미만인 경우에서도 암 사망 위험을 20%씩 증가시켰다. 미세먼지 정도가 낮을 경우에도 “나는 괜찮겠지”라며 방심하지 말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세먼지가 암의 진행 속도를 촉진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다른 전문가그룹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김종우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암 발생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일단 폐암만 확인된 상태지만, 다른 암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위암이나 대장암, 자궁암 등은 이미 발생한 암의 진행 속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미세먼지가 한다”고 지적했다. 즉, 암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은 현재로선 폐암이지만, 이미 발생한 다른 암종 모두는 암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는 역할을 미세먼지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세먼지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사태에 대해 김 교수는 “정부는 미세먼지 악화에 기여하는 요인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구체적 원인이 무엇인지 데이터를 모으는 등 연구부터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개인들의 경우 미세먼지를 회피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방진마스크를 사용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보건용마스크를 착용하고 특히 눈의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렌즈의 경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필요 시 인공누액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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