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동물카페에 감염성 질환 등 우려…일부 이용객들 “영업장 식품위생법 안 지켜”
특히 일부 동물카페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상당수 동물카페가 위생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동물카페 수에 비해 위생 단속과 관련 규정은 상대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 뿐만 아니라 라쿤, 사막여우 등 야생동물까지 볼 수 있는 동물카페가 인기다. 야생동물 카페는 최근 3년간 서울에서만 10곳이 넘게 생겼으며 전국적으로는 35곳이 운영되고 있다. 개, 고양이를 취급하는 동물카페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약 300여곳가량 운영 중이다.
이처럼 동물카페가 SNS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영업장 위생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소재 동물 카페 9곳 중 8곳은 영업공간과 동물공간을 분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는 지난해 8월15일부터 10월27일까지 서울 소재 동물 카페 9곳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동물 매개 질환 등 우려…관련 법규 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
지난달 28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시내 한 동물카페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페 안을 들어서자마자 라쿤, 고양이들이 손님들 주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페 내부에 들어서자 동물 배변 악취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 36조에 따르면 애견·동물카페는 영업하는 공간과 동물이 출입하는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손님이 식음료를 먹는 공간과 동물이 돌아다니는 공간이 나뉘어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자가 찾은 한 동물카페에선 설치된 철망도 무용지물이었다. 라쿤이 음료가 놓인 테이블 위를 돌아다녀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식음료를 제조하는 조리장 주변에는 고양이가 제멋대로 들락거렸다. 테이블 사이사이 나뒹굴고있는 사료통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동물을 분리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사나운 라쿤은 케이지에 가둬 두기도 한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는 그냥 풀어놓는다.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물카페가 위생법규를 위반해도 적발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위생점검에 맞춰 동물들을 분리하는 카페들도 있다.
서울 마포구청 위생과 식품위생 담당자는 “식약처에서 지시가 내려올 때마다 점검을 실시한다”며 “자체적으로 점검을 나가기도 하지만 민원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다. 점검을 나가는 날, 동물카페 측이 동물을 급히 분리시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상 카페에서 제조한 음료 대신 시중에서 유통되는 완제품 음료를 판매하는 동물카페의 경우 식품접객업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동물공간과 영업공간을 분리해야 하는 식품위생법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같은 음료를 팔지만 용기가 다르기 때문에 식품위생법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위생과 담당자는 “완제품 음료를 파는 곳도 위생이 문제되는건 알고있다”면서도 “하지만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동물 카페 측은 규정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야생 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 씨는 "2000년대 초반에 애견 카페, 고양이 카페들이 생겨날 땐 단속도 없었다. 규정이 지나치다"며 "카페에서 음료 제조할 때 관리를 잘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동물로부터 질병이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성행하는 라쿤 카페가 전염병 위생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라쿤이 매개할 수 있는 기생충은 10종, 세균은 11종, 바이러스는 12종이고 이 중 사람에게 옮는 병원체는 광견병을 포함해 20종에 달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동물카페를 위생 관리를 상대적으로 철저히 하고 있다. 미국 뉴욕 주에서는 동물의 종과 수에 관계없이 동물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보건정신위생국(Department of Health and Mental Hygiene)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른 주들도 동물 사육장과 영업 공간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물을 10종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동물원법 상 동물보유시설로 등록해야 한다. 동물카페는 대부분 동물들을 10종 미만 보유하기 때문에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된다.
◇동물카페 이용고객들 우려 속 의견은 갈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카페라는 특성상 위생상 문제점을 감수하면서도 동물카페를 찾는 이용객들도 있다. 평소 고양이카페를 즐겨 찾는다는 김아무개(23)씨는 “위생 같은 거 심각하게 따지면 동물 카페 못 간다. 그런거 감수하면서 놀러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반면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불만을 토로하는 동물카페 이용객들도 늘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한 동물 카페를 방문한 김현지(22)씨는 “주문한 카페라떼에서 고양이 털이 나온 적이 있었다. 매우 불쾌했다”며 “동물들이 조리장 찬장에도 올라가는 걸 봤다.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건지 의심된다”며 말했다.
홍대 근처 동물 카페를 방문한 이아무개(24)씨도 “카페 안에서 돌아다니던 고양이들이 눈병이 걸려 있었다”며 “사람에 옮는 병을 가진 동물들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