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기단 정비 인력, 대한항공의 46.4% 그쳐…국토부 권고 충족 3곳 불과

저비용항공사(LCC) 정비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LCC는 좌석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항공산업 특성에 따라 항공기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정비 인력 확충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LCC 항공기 정비 관련 안전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75% 가까이 늘었던 국내 6개 LCC 정비 인력이 올해는 2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6개 LCC는 이달 현재 총 122대 항공기를 갖췄다. LCC는 여객기와 화물기를 포함해 총 82대 항공기를 갖춘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을 일찌감치 추월했다. LCC 6개사 보유 항공기 대수는 2015년 82대, 2016년 101대로 연평균 20대씩 늘고 있다. 화물기를 뺀 여객기만 놓고 보면 LCC는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에 맞먹는 수준에 도달했다.

 

국내 6개 저비용항공사(LCC) CI.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다만 LCC가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정작 안전 문제를 책임질 정비 인력 확충에는 소홀해 항공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올해 항공기 31대 보유로 1년 전과 비교해 기단 규모를 19% 늘린 제주항공은 올해 LCC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을 노리고 있음에도 같은 기간 정비 인력 규모는 350명에서 412명으로 17% 증원하는 데 그쳤다. 항공기 대수 증가는 노선과 공급석 확대를 통한 실적 향상에 직결된다.

 

특히 진에어는 정비 인력 규모를 2.1% 늘리는 데 그쳤음에도, 항공기 보유 대수를 지난해 22대에서 올해 25대로 늘렸다. 올해 진에어는 코스피 상장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에서 78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523억원을 넘어섰다.

 

◇ LCC, 정비 인력 적을수록 운항 지연 및 결항↑

 

문제는 LCC업계 정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운항 지연 및 결항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가 5.72명으로 국내 8개 항공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인 진에어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선에서 정비 소홀로 인한 운항 지연 및 결항을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62회를 기록했다. 국제선에선 정비 소홀로 인한 운항 지연 및 결항이 39회 발생했다. 

 

LCC별로 항공사 1대당 정비사 수는 티웨이항공이 13.3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13.29명, 12.66명으로 각각 뒤를 이었다. 에어부산은 8.70명에 불과했다. 에어서울은 항공기 총 6대, 정비사 16명으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가 2.67명으로 가장 적었지만, 항공기 정비 업무 전체를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에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CC별 항공기 보유 대수와 정비 인력(자료 = 각사) / 그래픽 = 김태길 디자이너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나온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 종합 결과에 따르면 정비 소홀로 인해 발생한 운항 지연 및 결항 등 정시성 결여는 정비 인력 규모가 작을수록 높았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 8.7명을 갖춘 에어부산은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정비 소홀로 인한 운항 지연 및 결항 91건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82건, 72건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항공기 정비를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에어포트에 외주를 주고 있어 정비인력 규모를 단순 계산할 수는 없다”면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과 달리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모기업 정비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모기업인 대한항공 위탁 정비사를 포함하면 정비 인력 규모가 143명에서 299명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 LCC업계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 10.2명

 

12월 현재 항공기 122대를 보유한 LCC 6개사 정비 인력은 1252명이다. 국내 6개 LCC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는 10.3명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4월 LCC 안전강화대책에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을 보유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권고안 이행률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 지난해 국내 6개 LCC 항공기 1대당 정비사수는 9.9명이었다. 

 

국토부 권고안을 기준으로 LCC업계 정비 인력 부족은 항공기가 21대 늘어난 올해 오히려 심화됐다. 지난해 LCC업계는 항공기 101대에 정비 인력 1005명을 유지해 국토부 권고인 1212명보다 207명 적었지만, 올해 LCC 정비 인력은 212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LCC 6개사가 항공기 122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비 인력 규모는 적어도 1464명이어야 한다.

 

LCC 정비 인력 부족 문제는 여객기 132대를 보유한 대한항공과 비교 시 뚜렷해진다. 90% 이상을 자체적으로 정비하는 대한항공은 2700명 넘는 정비 인력을 갖추고 있다. 화물기를 포함한 전체 기단에서 대한항공은 국내 6개 LCC보다 30%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비 인력 규모는 LCC보다 116% 크다. 

 

국내 LCC 6개사 자체 정비율은 20~30%에 그친다. 정비 소홀에 따른 운항 지연 및 결항 횟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부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 집계 결과 국제선(에어서울이 국내선을 운항하고 있지 않아 국제선을 기준으로 삼음)의 경우 2015년 102건이었던 정비 소홀에 따른 운항 지연 및 결항 횟수는 2016년 151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횟수는 171건으로 지난해 151건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발생한 정비 소홀에 따른 운항 지연 및 결항 통계.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 “항공안전 규정 재정비해야”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6개 LCC 중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이란 국토부 권고를 충족한 항공사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3곳에 불과하다. 

 

이스타항공은 12월 노후 항공기 1대를 반납하면서 국토부 권고안보다 조금 많은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7명을 충족했다. 더 큰 문제는 LCC가 정비 인력 규모를 권고안대로 확보하지 않아도 국토부가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을 보유하도록 국토교통부령(항공사 운수권 배분규칙)을 개정해 LCC 안전관리 노력과 성과를 향후 운수권을 나눠줄 때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실행되지는 않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CC가 항공기 보유 대수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과 수익 확대에만 급급한 나머지 안전과 직결된 정비 인력 규모 확보는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정비사 수 확충을 위해 정부는 조속히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고 안전운항체계 심사 등 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LCC 소속 정비사의 업무 부담 가중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FSC 소속 정비사가 항공법보다 많은 시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고 있는 것과 달리 LCC 소속 정비사는 인력 부족에도 단체협약과 같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에어 정비 인력 규모는 국토부 권고보다 157명 부족하다. 에어부산은 정비사 88명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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