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승진자 중 R&D/기술 분야 출신 비중 44%↑…정의선 부회장 입김 작용
현대자동차그룹이 2018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도약’을 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 판매 급감에 따라 임원 승진 규모를 3년 연속 줄이면서도 연구개발(R&D) 및 기술 분야 승진자를 2017년 정기 임원인사보다 오히려 늘렸다. 특히 현대차그룹 부사장 승진자 15명 중 절반 이상이 R&D 및 기술 분야에서 나왔다.
28일 현대차그룹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등 현대·기아차 159명을 포함 310명을 승진시키는 2018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도 정기 임원인사 임원 승진 규모는 지난해 348명보다 38명, 10.9% 줄어든 수준으로 309명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그쳤던 2011년 정기 임원인사 이후 7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 인사 규모 축소에도 R&D 임원 약진
인사 규모 축소에도 R&D 임원 약진은 돋보였다. 전체 승진자 중 R&D 및 기술 분야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8.2%에서 44.2%로 6%포인트 올랐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비중이다. 부사장 승진에선 53.3%가 R&D와 기술 분야에서 나왔다. 경영 악화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뜻이 반영됐다.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는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부사장으로 발탁해 해외서 영입한 외국인 부사장을 둘로 늘렸다. 최근 10년 계속된 현대차의 외부인재 영입이 질과 양 모두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자동차 기술개발부터 디자인,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분야 석학까지 데려와 차량 기술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외부인재 영입은 주로 정의선 부회장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분야별 해외 인재 영입리스트를 정 부회장이 수시로 확인하고, 때에 따라 정 부회장이 직접 외부 인사를 추천하기도 한다는 게 내부 관계자 전언이다. 이에 이번 인사에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정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2015년 영입한 인물이다. 람보르기니와 벤틀리에서 차량 디자인을 진두지휘했던 책임 디자이너로서 현대차가 추진 중인 고성능차 개발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놓은 프리미엄 중형 세단 G70 디자인을 조율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2018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한동희 수석연구위원을 새로 선임해 핵심 기술 분야의 전문 역량도 강화했다. 한동희 수석연구위원은 엔진성능 개발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연구위원으로 선임된 2년 만에 수석연구위원으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GM에서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이끈 이진우 박사가 핵심 기술 분야 인재로 발탁됐다.
◇ 미래 환경 변화 대응위해 관리 부문 승진↑
현대차그룹은 R&D 및 기술 부문 승진 규모 확대에 이어 기획·관리 부문 임원 승진을 대폭 늘렸다.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해 R&D 부문 역할을 강조한 만큼 미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획·관리 부문 승진 임원은 전체 승진 임원의 29.4%를 차지했다.
현대차 울산공장부공장장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하언태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하 부사장은 아주대 산업공학 학사 출신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생기기획지원실장, 생산운영실장, 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 등을 맡았다. 현대차그룹이 2018년부터 매년 전기차 1개 차종 이상을 새로 투입한다는 방침을 정한 데 따라 생산 조율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라며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 최우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R&D 및 기술 부문 승진 임원을 늘리고 환경 대응을 위해 관리 부분 임원 승진을 함께 늘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