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관광객보다는 보따리상으로 대체…물품 구매 형태도 대량 구매에서 소량으로

지난 26일 오전 9시 HDC신라아이파크면세점 정문 앞에서 중국 보따리상들이 면세물품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인턴기자

국내 면세점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과 면세물품 구매 양상이 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이후 순수 관광 목적의 단체관광객인 유커보다는 보따리상인 이른바 따이공(代工)들이 면세점을 채우고 있다.

 

지난 26일과 27일 기자는 서울 시내 면세점 2곳을 현장 취재했다. 최근 ·중 정상회담 등 양국 관계 개선으로 한한령(限韓令제지가 풀리는 듯 보이면서, 면세점을 찾는 단체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실제 면세점에 방문한 중국 고객들은 대부분 따이공들이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자료에 따르면지난 11월 한 달간 한국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총 236068명이다그 중 관광객은 25532명이며단기 방문자 수는 176052명이다

 

한국을 찾는 유커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어 따이공에 기댄 국내 면세점의 매출 의존도는 높아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따이공의 구매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과거 ‘대량 구매’ 방식에서 소량 구매로 바뀐 것도 최근 추세다. 이는 중국 정부의 한국산 제품 감시 강화와 더불어 국내 화장품업계의 구매 수량 제한이 맞물린 결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면세점을 찾는 따이공들은 박스(단일 제품 구매가 아닌 대량 구매)’를 외치며 설화수, 후 등 중국 현지에서 인기 많은 화장품 등의 면세물품을 대량 구매했다. 이들은 이렇게 구매한 국내 제품을 중국 SNS인 위챗(Wechat), 웨이보(Weibo)등에서 현지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했다.

 

실제 이날 기자가 방문한 면세점에서는 고객 1인당 총 49개 물품으로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었다. 또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설화수·헤라등)은 최대 5, LG생활건강(·37도등)은 최대 10개 등으로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특정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따이공들에 대한 판매량은 조절하고, 면세점에 방문한 일반 관광객들에게 구매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그룹도 올해 하반기부터 한 사람당 최대 20개로 판매 규제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체의 중국지사 한 관계자는 따이공들은 보통 불법으로 현지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중국인들이 따이공을 통해 구매하다보니 중국 지사에서 정가에 팔리는 동일한 제품들이 잘 안팔린다면서 면세점에서 판매 개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중국으로 진출한 회사들이 매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해에서 왔다는 왕(27)씨는 면세점에서 판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매달 한 차례 정도 방문하고 있다면서 예전엔 자주 방문해 특정 제품을 대량 구매하며 SNS에 팔았었는데, 지금은 주변 지인들에게만 소량 판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따이공들이 많은 양의 국내 면세제품을 구매해 간다고 하더라도 모든 물량은 중국 현지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 한다. 중국 현지 공항이 대량 구매해 귀국하는 따이공들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에는 외국인들의 구매 한도가 없지만, 중국 반입 구매 한도는 8000위엔(한화 약 130만원)으로 정해져있다.

 

베이징에서 온 리우(26)씨는 예전에도 중국 공항은 대량구매 반입에 대한 규제를 했지만, 사드 이후 공안들의 한국 제품 감시가 엄격해졌고 심할 경우 벌금도 매기고 있다고 했다.

 

지역별로 따이공들이 물량을 반입하는 정도도 차이가 있다는 게 중국 따이공들의 전언이다. 리우씨와 동행한 드어(33)씨는 특히 북방은 보수적이여서 벌금도 많이 매기고, 조사도 많이 하는 편이다라면서 그래도 학생으로 보이면 공안들이 봐주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남방은 규제가 심하지 않아서 그쪽에 거주하는 따이공들은 유학생이나 일반 관광객들에게 면세품 구입을 부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따이공들 사이에서도 유커들의 한국 방문 증가는 관심거리였다. 드어씨는 “사드 해빙 무드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국인들은 한국 방문을 꺼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커의 행방은 한·중 양국 정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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