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3개 사건 동시다발 압수수색도…조양호 회장 영장 기각 후 더 과감해져

1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이 압수수색을 벌여 병원 재무관리실에서 압수한 자료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는 경찰이 최근 각종 이슈가 되는 사건에 뛰어들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영장 기각 후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며 특수수사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이다.

재계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굵직한 기업 수사에 열을 올리는 경찰을 주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건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의 인테리어 비리다. 경찰은 조 회장이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비 총 70억 원 중 30억 원을 영종도 호텔 건립비에서 빼돌려 메운 혐의를 포착하고 파죽지세로 수사를 이어갔다. 해당 인터리어 업체가 수많은 대기업들의 공사를 맡았던 터라 재계의 긴장감은 최고조가 됐다. 당시 인테리어 업체의 고객이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껏 공사를 맡겼던 부분 중 문제가 되는 것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거침없던 경찰의 행보는 검찰청 앞에서 끊어졌다. 두 차례나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결국 조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고 검찰이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에도 경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보폭을 더욱 다양한 분야로 넓혀나가는 모양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8일 삼성 비자금 특검이 발견하지 못했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를 포착,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서울국세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며 재계 수사 동력을 이어갔다.

경찰의 사정칼날은 이제 재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를 향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이 신생아 사망 논란으로 비판을 받자 사흘 만인 지난 19일 곧바로 압수수색을 실시해 인큐베이터 및 의무기록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이날 두 건의 압수수색을 추가로 단행했다. 해당 건들은 서로 연관이 없는 별건이었다. 같은 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길병원과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길병원이 법인자금을 횡령한 뒤 보건복지부 고위 간부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기상청으로 갔다. 연구용역을 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기상청 직원 혐의 확인을 위해 기상청 본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압수수색을 벌인 세 곳은 경찰 조직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화력을 지닌 곳들로 분류된다.

경찰의 이 같은 행보는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특수수사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부터 수사권 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단 뜻을 밝힌 만큼, 검찰 못지않게 굵직한 수사들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 수사 행보가 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과를 내긴 내야할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여당 관계자 역시 “최근 경찰을 보면 과거 검찰처럼 사정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라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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