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중남미 등 틈새시장서 공략활발…매각가는 2000억원대 예상

지난달 동부그룹이 CI(기업이미지)를 ‘DB’로 바꿨다. 하지만 딱 한 개 계열사만 이름을 유지했다. 동부대우전자다.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본입찰을 마감했다. 국내서는 대유위니아와 글로벌세아, 해외 업체 중에는 중국 메이디, 터키 베스텔, 이란 엔텍합-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이 유력후보로 손꼽힌다. 이중 우선협상대상자가 곧 결정될 전망이다.

인수경쟁은 예상외로 치열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동부대우전자가 가진 해외영업망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성장여력이 큰 틈새국가 중심으로 유통을 확장하는 게 이목을 끈다. 대표적인 곳이 동남아와 중남미다. 입찰에 나선 기업들의 계산기에도 이 영업망들이 가장 윗자리에 올라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동부대우전자가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이는 진출 국가는 말레이시아다. 동부대우전자는 이 시장서 최근 3년간 연평균 30% 넘는 매출성장세를 나타냈다. 추세대로라면 2020년 연매출 1억 달러를 거둬들이는 게 어렵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동부대우전자는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해 조호로바루, 페낭, 페락 등 주요도시를 전략적 핵심 지역으로 선정했다. 또 하버노만(Harvey Norman), 통행(Toong Heng), 원리빙(One Living) 등 현지 주요 가전 유통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라이온 마스(Lion Mas), HLK 등 신규 유통 채널을 확보하면서 말레이시아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간다는 복안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현지 특화 제품을 성장요인으로 꼽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부터 현지의상 바틱(Batik, 화려한 문양과 색으로 유명한 동남아 전통 직물)을 자동세탁 할 수 있는 ‘바틱 케어 세탁기’와 동남아 음식 자동조리기능 ‘아얌고랭 복합오븐’을 내놨다. 바틱 케어 세탁기의 경우 지난달 누적판매 1만대를 넘어섰다.

김창중 동부대우전자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바틱 케어 세탁기, 아얌고랭 복합오븐 등 동부대우전자만의 현지 특화 제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신규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해 말레이시아 시장 매출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가전제품 전문점 '하비노만' 매장에서 동남아 특화 '바틱 케어 세탁기'를 구경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소비자 모습. / 사진=동부대우전자

또 최근에는 동부대우전자 ‘글로벌 플랫폼(GP)’ 제품이 출시 2년 6개월 만에 80개국 수출과 250만대 판매를 동시에 넘어서기도 했다. GP는 설계‧개발 단계부터 부품 표준화, 공용화, 모듈화라는 원칙을 적용한 제품이다. 이렇게 표준 모델을 개발한 뒤 이를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파생모델로 출시하는 전략이다.

GP는 미국, CIS, 중국 등 메이저시장 뿐 아니라 중남미시장에서 멕시코, 칠레, 페루 등 15개국에 진출했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동부대우전자의 현지법인이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중동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 10여 개 국에, 유럽시장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 상륙했다. 동남아시장에서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깃발을 꽂았다. 이외에도 이집트, 튀니지,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아프리카 모리셔스, 레위니옹 등에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전세계 각 나라의 시장 분석과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 현지 맞춤형 글로벌 플랫폼 파생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시장점유율과 수익을 동시에 얻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업망은 매각국면에서도 동부대우전자의 무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전서 앞선 기업으로 꼽히는 대유위니아의 경우 그간 내수위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동부대우전자 인수로 시너지를 내기 좋은 조건이라는 뜻이다. 자금여력이 탄탄한 중국 메이디의 입찰 참여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서는 매각가를 2000억원대로 관측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