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사히신문 보도…욧카이치공장 협력 유지, 상호 소송은 중단키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갈등이 일단락 될 조짐이다. 일본 도시바(東芝)가 반도체 자회사 매각에 대해 계속 어깃장을 놓던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화해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공동운영하던 욧카이지공장은 계속 협력을 이어가고, 상호 간 소송은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힐 전망이다.
4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교섭 관계자를 인용해 도시바와 WD가 화해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며 곧 양측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에 대한 판단을 물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WD는 도시바 메모리를 ‘한미일연합’에 넘기는 안에 반발해 국제중재재판소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계속 반발해왔다. 도시바 역시 이에 맞소송을 제기했었다.
지난 10월 24일 도시바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판게아(Pangea)에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판게아는 한미일연합 일원들이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그간 WD는 도시바와 조인트벤쳐(JV)를 설립해 일본 욧카이치 공장에서 협업해왔다. 이와 관련 WD는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에 SK하이닉스가 참여한 것은 JV와 일본의 기술 유출 위험을 높인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와 WD는 욧카이치 공장에서의 협력은 계속 유지하는 대신 서로에 대한 소송은 중단키로 했다.
그간 불리한 위치에 있던 건 도시바였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 실패 탓에 부채가 자산총액을 웃도는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매각을 마무리해야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다. WD가 ‘벼랑 끝 전술’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매각전에 어깃장을 놓았던 배경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도시바가 지난달 해외투자자의 제3자 할당 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상장폐지 가능성이 사라졌다. 덕분에 도시바는 WD와의 협상고지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한편 도시바 메모리 매각과 관련해서는 현재 각국에서 독점금지법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미일연합에는 미국 베인캐피털과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한국 SK하이닉스, 일본 장비업체 호야 등이 참여했다.
도시바와 호야, 베인캐피털 3개사는 판게아의 보통주를 취득하고 의결권도 가져간다. SK하이닉스와 미국 4개 IT회사, 도시바 주거래은행들은 전환사채(CB) 및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대출 등 형태로 컨소시엄에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