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세분화된 공정, 핵심기술 접근 사실상 불가능…국내 전문가 인력 유출이 더 큰 문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 / 사진=삼성전자

세계 1위인 우리 반도체 업계의 고민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기술유출입니다. 특히 반도체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문제가 가장 민감합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한복판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V낸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을 2배로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당당히 반도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왜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 기술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도체 공정이 그만큼 복잡하고 세분화 돼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일단 패턴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패턴을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웨이퍼에 새겨야 하고 패턴대로 깎아야 하죠. 이렇게 설명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훨씬 더 복잡한 공정을 거치죠. 

 

특정 파트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체 설계 및 공정을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이 맡은 파트는 알 수 있지만, 이마저도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은 제한돼 있죠. 다만 현장에서 직접 세계 최고의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고 고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는 될 수 있으면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깎아야 할지 등 ‘핵심 반도체 레시피’는 국내 핵심 엔지니어들이 아니면 알 수 없습니다. 이들도 자신이 맡은 파트에 대해서는 전문가지만 모든 설계 및 공정 전문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반도체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 공장이 아니라 국내라고 합니다. 반도체 핵심 기술을 가진 국내 전문가들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면 기술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퇴직 임원들이 주요 스카웃 대상이 됩니다. 고전 만화 <드래곤볼>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드래곤볼을 한두 개 모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지만 7개를 모두 모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듯, 모든 설계 및 공정 전문가들을 중국이 확보하면 메모리 개발 속도가 빨라지겠죠? 

 

다만 최근엔 중국으로 스카웃 됐다가 팽 당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퇴직 임원들도 중국행을 꺼리는 추세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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