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대 하락, 환율도 급등…국고채 시장은 선반영된 듯 되레 강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국내 금융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1%대 하락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1%대 상승했다. 국고채 수익률은 단기물을 중심으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30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5%로 인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 코스피·코스닥 1%대 하락
국내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10.68포인트(0.43%) 내린 2502.22에 개장한 코스피는 장초반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장중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하락 반전했고 결국 지수는 전날보다 36.53포인트(1.45%) 내린 2476.37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는 이날 591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지수 역시 큰 폭으로 내렸다. 지수는 이날 10.3포인트(1.32%) 내린 771.42에 장을 종료했다. 코스닥 지수도 코스피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는데 장 초반 상승세가 기관 매도세로 꺽여 하락 반전했다. 기관은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847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날 증시는 기준금리 인상과 차익실현 요인이 한 데 뒤섞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 지수 모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오전 9시 54분경 이후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론적으로는 유동성 축소, 기회비용 확대 등으로 증시에 부정적인 재료로 작용한다.
또 이날 증시에선 의약품, 전기전자, 반도체 업종이 크게 내렸는데 이는 최근 상승에 대한 차익 실현으로 분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과 전기전자 업종은 각각 4.09%, 3.65% 내렸고 코스닥 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은 3.61% 떨어졌다.
◇ 원·달러 환율, 상승 반전
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4원 오른 1088.2원에 마쳤다.
최근 들어 원화가 강세를 띈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만 하더라도 7.6원(0.7%) 떨어진 1076.8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15년 4월 29일(1068.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달들어선 37.7원 떨어질 정도로 속도가 가팔랐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상승은 원화 강세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날 외환시장은 이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가팔랐던 환율 하락 속도에 따른 반등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이 같은 모습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이주열 총재가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차분했던 채권 시장, 단기물 중심 국채 수익률 하락
채권시장은 이날 차분한 모습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최종호가수익률 기준 국고채 1년물, 3년물, 5년물은 각각 연 1.798%, 2.075%, 2.262%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 대비 각각 0.011%포인트, 0.037%포인트, 0.041%포인트 내린 것이다.
중장기물 금리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10년물은 전날 대비 0.003%포인트 내린 연 2.477%로 집계됐다. 반면 20년물은 0.002%포인트, 30년물은 0.007%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모습은 기준금리가 시장의 예상대로 인상되면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28일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 보유와 운용업무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82명(82%)이 이달 기준금리가 연 1.50%로 0.25% 포인트 인상될 것이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