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금리인상으로 가계 이자부담 연 2.3조 증가…부채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가구 늘어날 듯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년 5개월만에 인상하면서 이미 위험신호가 들어온 가계부채에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자부담에 고위험가구가 증가하면서 실업률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 경기상황에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6년 5개월만에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어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동일하게 0.25%포인트 상승한다면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2조3000억원 늘어난다. 이를 가구당 늘어나는 이자부담으로 환산하면 18만1725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가계부채는 3분기 기준 1419조1000억원으로 1400조원을 넘어섰다.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대출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가게부채는 70%가까이가 변동금리로 알려져 금리 인상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가계 채무상환능력의 취약성 정도를 평가해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을 헐값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가구를 위험가구로, 위험가구 중 원리금상환부담이 커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상환능력조차 취약한 가구를 고위험가구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위험가구 수는 126만3000가구로 부채가구 수의 11.6%에 달했다. 규모는 186조7000억원으로 이들 가구가 총 부채규모의 21.1%를 차지하고 있다. 고위험가구도 전체 부채 보유가구의 2.9%로 31만5000가구이며 이들의 부채 규모는 62조원으로 총 금융부채의 7%에 달했다.
이같은 고위험가구는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면 더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는 8000가구, 1%포인트로 상승폭이 커지면 2만5000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금융권 대출 증가 속도는 계속 조절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고위험 가계의 증가로 내수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허인 가톨릭대 교수는 “금리가 인상되면 빚이 있는 가계의 위험은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며 “내수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국내 경기만 봤을 때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시중금리는 이미 상승추세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5년형 고정금리 상품의 경우 5%를 넘어선 은행도 있다.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조달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상승은 다시 한번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은 속도의 문제일 뿐 미국 금리 상승에 따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시중금리도 덩달아 오를게 확실시 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금융채 등 채권 가격 변화에 연동된다”며 “기준금리 상승이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