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사로 번질 시 중복조사 논란 예상…세무당국 이 회장 계좌에만 집중할 듯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전경. / 사진=뉴스1

국세청이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여파가 삼성그룹으로까지 번지지 않을 지 주목된다. 다만 현재로선 이 회장 차명계좌 관련 부문에만 조사가 진​행되는 ‘핀셋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국세청은 이 회장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았냐는 일각의 비판을 받았다. 관계당국에서 유권해석을 내려주지 않아 조사를 하지 못한 세무당국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3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이 회장의 차명계좌 차등과세 가능 기간과 관련, 국세청에 ‘원천징수의무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제척 기간 10년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세청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회장 차명계좌는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계좌 수가 1199개, 규모는 4조 5000억원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여기에 추가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에 착수함에 따라 재계 시선은 다시 삼성으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사태란 큰 태풍을 보내고 최근 조직 정비를 마친 상태다. 이 회장에 대한 과세 움직임이 자칫 회사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정작 삼성전자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세무당국 사정에 정통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과세를 하면서 삼성전자를 다시 조사한다면, 그건 이미 조사한 기업에 대한 중복조사가 되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세무당국은 이미 조사를 받은 기업에 대해 중복 세무조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국세청이 이 회장 차명계좌를 본다는 명목으로 삼성전자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면 해당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필요해 의한 경우 제한적으로 삼성의 몇몇 사람을 조사를 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나 이마저도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아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이 회장과 관련된 인물 상당수가 조직을 떠나고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함께했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이 부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현호 사장, 이상훈 이사회 의장 내정자 등이 새로운 주축이 될 준비를 마쳤다.

결국 이 회장에 대한 과세는 삼성으로 번지지 않고 핀셋형으로 필요한 부분만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회장 차명계좌 이슈는 올해 국감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이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계좌가 모두 금융실명법 위반 대상이라고 지적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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