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행 수신금리보다 수익률 높아 '매력'…초대형IB 늘어나면 경쟁 더 격화될 듯

# 지난 10월 결혼한 A씨(30세)는 축의금을 잠시 보관할 단기 금융상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대다수 예·적금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단기이다보니 금리가 너무 낮았다. 그나마 금리가 높은 상품들은 각종 이체, 카드 사용 등 우대 금리가 붙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증권사에서 만기 3개월에 수익률 2%가 넘는 특판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상품을 발견하고 청약하기로 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단기 금융 상품 판매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 같이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초대형IB(투자은행) 탄생으로 증권업계도 발행어음 업무 취급이 가능해지면서 단기 금융상품 시장을 두고 은행 등 이종 업계는 물론 증권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국내 1호 발행어음 가입자가 생겼다. 그 주인공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27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유 사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1층 영업부에서 ‘퍼스트 발행어음 181일물(6개월)'에 가입했다.

발행어음은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약정수익률 상품이다. 금융당국의 ‘초대형IB 육성방안’의 일환으로 4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 한해 발행이 허용됐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에서 유일하게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고 이날 처음으로 발행어음 판매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는 1년 만기 발행어음 수익률은 연 2.3%다. 9개월 이상 1년 미만은 2.1%, 6개월 이상 9개월 미만은 2.0%로 책정됐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연 1.2%의 수익률이 제공된다. 다만 시중 은행 예금과 달리 발행어음은 해당 증권사가 문을 닫게 되면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시중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연 1% 후반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연 1% 초반대임을 감안하면 해당 상품이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 평균은 연 1.63% 수준이다. 순수저축성예금과 시장형금융상품은 각각 연 1.59%, 1.78%를 나타냈다. 비은행금융기관에선 상호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2.4%)를 제외하면 신용협동조합(2.14%), 상호금융(1.73%), 새마을금고(2.05%) 모두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금리보다 낮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들은 특판 상품을 통해서 단기 금융상품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모바일증권 '나무(NAMUH)' 고객을 대상으로 최저 연 2.5% 수익을 지급하는 특판 기타파생결합사채(DLB)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 상품은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을 기초자산으로 해 3개월 만기평가일에 CD금리가 6% 이하면 연 2.5%, 6%를 초과하면 연 2.51%의 수익을 지급한다.

이 특판 상품은 대표적인 안정적인 자산인 양도성예금증서에 투자하는 데다 3개월만에 예금은행 금리보다 높은 기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내세운 발행어음 1년물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다.

이 밖에도 한 증권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자단기사채(전단채)신탁을 이용한 6개월 2.1% 수익률 특판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증권사에서 원금 보장을 해 안정적으로 시중 은행 일반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단채는 종이와 같은 실물이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되는 1년 미만의 단기 채권을 말한다

향후 초대형IB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되면 단기 금융상품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휴 자금을 단기적으로 운용하고픈 투자자들의 수요가 지속하는 상황이다”며 “증권사들은 이러한 수요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데 이번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받지 못한 초대형IB들이 차후 후발주자가 되면 시장을 차지하려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단기 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IB와 일부 증권사들이 이런 수요를 노린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 그림=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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