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발 사정정국에 정‧재계 초긴장…수사과정에서 각각 특색 드러내 눈길

검찰이 20일 오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차가워진 날씨에 무색할 만큼 검찰과 경찰의 사정바람이 연일 거세게 몰아치자 정‧재계가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는 두 기관은 서로 다른 스타일과 전략으로 사정 정국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한 검찰 특수통 관계자는 “수뇌부들은 수사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고 전했다. 권력층을 수사하는 검찰로선 수사할 때마다 덧 씌워지는 ‘기획사정 프레임’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들어가며 균형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21일 국가정보원 특수 활동비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및 경북 경산시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각종 문서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그리고 바로 이날 오후 현 정권 인사인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전 수석은 2015년 국회의원이던 당시 롯데홈쇼핑에 3억 여 원의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에 들어가자 정치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수사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측은 MB사정 움직임에 대해 ‘정치수사’라고 강하게 주장해왔으나,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서 그런 목소리는 잦아든 상황이다.

경찰 발(發) 사정바람은 검찰과 대조적이다. 검찰이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치는 것과 달리 기업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로선 기업수사를 통해 특수수사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재벌회장의 인테리어비 유용에 대해 수사 중이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자택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던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공사비용 중 30억원 가량을 대한항공 인천 영종도 호텔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미 두 차례나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밖에 경찰은 중소기업 전문 TV홈쇼핑 업체 홈앤쇼핑이 신사옥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또 최근엔 하청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을 받고 수 억 원을 챙긴 혐의로 대림산업 임직원들을 수사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기업들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의 이같은 거침없는 수사에 기업들은 긴장하는 눈치다. 한 10대그룹 관계자는 “개인비리 사안인 대림산업 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건 이례적”이라며 “경찰이 상당히 강하게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