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반납조건, 실구매자 외엔 이득 없어…갤럭시 업그레이드프로그램 부작용도 여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애플의 아이폰 10주년 기념 스마트폰인 아이폰X(텐)이 예약판매를 통해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가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체험프로그램(Upgrade To Galaxy)을 내놓았다.

 

얼핏 보면 실제 기기를 사용해 본 후 기기 교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도움이 될 듯 하지만, 무료가 아닌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체험 후 까다로운 반납 조건 등을 감안하면 꼼꼼히 따져보고 프로그램 참가 여부를 정하는 것이 좋다.


갤럭시 체험프로그램은 현재 아이폰 사용자가 갤럭시노트8과 갤럭시S8을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공기계로 구매한 후 한 달 동안 사용해보고, 지속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만 진행한다.

이달 21일부터 체험단 모집에 들어갔으며 오는 27일까지 모집한 후 체험단 1만명을 추첨 선발한다. 이후 12월 1일부터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구매해서 사용해 볼 수 있다. 체험 종료 이후 계속 사용하는 이용자는 4만4000원대 블루투스 스피커 ‘JBL GO’와 기존 프로모션 혜택, 디스플레이 파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매를 원하지 않는 이용자의 경우 사용했던 기기를 반납하고 체험참가비 명목의 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환불받게 된다. 제품은 구성품 손상 없이 원래 풀박스 그대로 반납해야만 한다. 기기에 파손이나 찍힘 등 손상이 있다면 고객이 수리비를 부담해서 수리한 뒤 반납해야 한다.

이를 두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돈 100만원을 내고 체험 행사를 하겠느냐” “5만원 내는 대여일 뿐” 등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체험프로그램이라는 이름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아이폰 사용자 A씨는 “LG전자 체험단처럼 무료로 기기를 사용해볼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며 “단순 궁금증으로 체험해 보기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삼성디지털프라자 한 판매직원 역시 “사실상 반납해서 얻는 이득은 없는 셈”이라며 “실제로 구매할 분들만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체험이라는 표현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반납의 경우 삼성전자가 위탁한 중고매입 업체 올리바가 까다롭게 검수하기 때문에 스크래치라도 심하면 반납거절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실구매자들도 더 저렴한 다른 구매 방법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체험보다는 갤노트8이나 갤럭시S8으로 이미 교환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단순히 갤럭시 기기가 궁금해서 고가를 지불하기엔 리스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체험비는 한 달 사용료 정도 받는 개념”이라며 “해외에서도 이런 마케팅이 빈번하고 일반적으로 기기를 반납할 때는 깨끗한 상태로 반납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반납 받는 업체의 손해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기존 갤럭시기기 반납 프로그램은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특히 갤럭시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경우 반납거절 및 수리 요구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 단종 당시 갤럭시S7, 갤럭시S7엣지, 갤럭시노트5 기종으로 바꾼 후에 1년 뒤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기기를 반납하려고 하자 반납 거절을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납조건은 까다로운 반면, 정작 이에 대한 정확한 고지를 받은 이들은 많지 않았다. 종로구에 사는 황혜원씨는 지난해 10월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한 뒤 올해 9월 갤노트8이 출시되자마자 기존 폰을 반납하고 갤노트8 기기를 구매했다. 지난 10월 기존 기기 검수 결과 반납이 거절됐다며 기기를 수리한 뒤 반납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황씨는 갤럭시업그레이드 프로그램 가입 당시 반납 기기에 하자가 있을 때 직접 수리해야한다는 고지를 받지를 받지 못했다”며 그런 조건이 있었다면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그는 또 까다로운 조건으로 반납을 거절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당 조건에 맞추려면 1년 동안 휴대전화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체험프로그램에 대해 황씨는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한 달 사용이지만 분명히 스크래치나 사용감 문제를 걸고 넘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