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목표 실현에 에너지 모을 수 있어야…손태승‧이동건‧김승규‧김장학‧박영빈 등 경합

임원추천위원회가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추려가고 있는 가운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 자료 = 우리은행


우리은행 차기 행장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은행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의 첨예한 내부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기위해서는 기업문화에 대한 비전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우리은행이 한일과 상업은행 계파간 갈등이 내재된 상황에서 이를 치유하고 기업 문화를 제대로 다잡을 행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은행장 후보로 중립적 인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행장 대행을 맡고 있는 손태승 글로벌부문 부행장이 대표적이다. 손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계파색이 없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한편에서 손 부행장의 이런 배경은 구 한일과 상업 양쪽 모두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안으로 중립 인물이 아닌, 확고한 비전과 가치관을 갖춘 추진력 있는 행장을 선임해야 하다는 능력론도 대두하고 있다. 이동건 전 부행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장학 전 광주은행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도 함께 거론된다.

 

내부 갈등으로 홍역 치른 우리은행새로운 리더십 필요해

 

한 은행 관계자는 국민이나 신한은행에 비해 우리은행은 확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118년이라는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기업 문화 기반이 약하다고 꼬집었다. 어느 조직이나 갈등은 있지만 최근 우리은행 내부에서 계파 갈등이 이렇게까지 불거진 것은 가치관의 부재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출신 은행에 따른 내부 갈등으로 홍역을 치뤘다. 이번 채용비리건도 한일-상업은행간 갈등이 시발점이 돼 자료 유출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2000년 한빛은행으로 입행한 부부장급들이 임원으로 올라가는 5~6년 뒤에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갈등 주역들이 물러나면 자연스레 풀릴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부부장들 역시 이미 파벌 문화에 익숙해 제2, 3의 파벌로 확대돼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미 상업-한일간 갈등만이 아닌 상업-상업간, 한일-한일간 '골육상쟁'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조직에서 계파는 불가피하고 우리은행보다 더 먼저 합병한 은행들 역시 내부 갈등이 존재한다결국 내부 갈등 표출 여부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결국 통일된 가치관, 모두가 공감할 조직의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갈 수 있는 기업문화 정립이라는 정공법만이 해결책이란 지적이다.

 

리더십이 뛰어난 은행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행장이 어디 출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내부 행장 후보군, 강약점 뚜렷해

 

최근 우리은행장 후보로 부각된 인물중 내부 인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 손태승 부행장이다. 손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계파색이 약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주고를 나와 호남 출신 금융 인맥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그동안 자기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고 행장 후보에 도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사해온 소극적 자세가 새로운 행장으로서 도전 정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미 두차례 행장 경선에 나섰던 이동건 전 영업지원본부 부행장 역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동건 전 부행장은 강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금융권 트렌드인 핀테크에 능통한 전문성을 겸비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행장 경선에 도전했다가 모두 고배를 마신 경험은 긍정과 부정 양쪽으로 모두 작용하고 있다. 도전 정신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세 번째 기회까지 줘야 하냐는 찬반론이 제기된다. 이동건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김승규 전 지주사 부사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부사장 역시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투자증권 매각과 민영화에 역할을 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경영기획, 경영지원 업무를 주로 하면서 은행 내 실무부서 부행장 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김장학 전 광주은행장은 호남 출신 금융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사회가 계파간 안배를 고려한다면 어렵지 않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리더십도 높게 평가받고 있어 출신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행장에 결격인 인물은 아니라는 평이다.

 

이외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은 능력있고 계파 갈등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개발금융, 한미은행 등에서 근무했다. 우리투자증권에서 근무하다가 우리금융지주 전무 등을 역임했고 문재인 대통령과는 경남고 동문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은행 내부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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